문화체육관광부가 제60회 도서관 주간을 맞아 이달 18일까지 도서관 주간을 운영하는 가운데 예산이 없어 시민들이 읽고 싶은 도서를 구매하지 못하는 공공 도서관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도서계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시 도서관은 올해 희망 도서 신청을 받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해 4억 4140만 원이던 도서 구입비 편성액이 올해 2억 2000만 원으로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경기 남양주시 도서관의 경우에도 산하 도서관 2곳(진접·화도) 모두 상반기 도서관 희망 도서 신청이 지난달 중 마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와부도서관에서도 15일 상반기 희망 도서 신청이 마감될 예정이다.
이들 도서관이 지난해 10~11월까지 연중 희망 도서를 신청받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상황이다. 도서관들은 올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부득이하게 희망 도서 신청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2005년 도서관 자료 구입비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교육청으로 이양된 후 지자체 예산 편성에 따라 도서관의 도서 구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 소재 공공 도서관 직원 A 씨는 “예전에는 도서관 예산의 30% 이상을 희망 도서로 배정했지만 최근 예산이 줄어들면서 희망 도서 신청 가능 권수도 월 3권에서 2권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예산 삭감 여파로 공공 도서관의 연평균 구매 도서량도 감소하고 있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관당 6717.1권이던 도서 구매 권수는 2022년 5572.5권으로 17% 감소했다. 도서관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11일 2년간의 공백 끝에 제8기 국가도서관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도서관 사업은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대표적인 도서관인 국립도서관장 자리도 2022년 9월 이후 공백인 상태다. 이에 시민들이 향유하는 공적 공간인 도서관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는 “도서관은 시민들의 세금을 투입해서 공공이 필요로 하는 책을 최대한 많이 보게 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며 “지방 재정 자립도가 낮은 한국은 재정 위기가 생기면 즉각 반영되는 구조기 때문에 도서관 등 문화 분야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문화 서비스 투자에 대한 공공의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