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설 기술 인력의 건설 현장 입직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인력 부족과 함께 건설 기술인들의 고령화도 빨라지면서 시설물 품질 저하 및 안전사고 우려도 증가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따르면 2023년 12월 31일 기준 107만 879명의 건설 기술 관련 자격증 보유자 중 51세 이상 기술인의 수는 53만 1007명으로 전체의 49.58%에 달했다. 문제는 5년간 전체 건설 기술인은 18.4% 증가한 데 비해 51세 이상 건설 기술인 증가 비율은 53.4%에 달한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등록된 인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건설 기술인의 평균연령을 50.8세로 파악하기도 했다. 신규 인력 진입의 둔화로 건설 현장도 늙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도 인력 수급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6월께 231개의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설 현장에서 기술 인력 채용이 어려웠다’고 응답한 건설사는 94%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답한 건설사도 88%에 육박했다.
인력 부족 문제는 현장 안전과도 맥이 닿아 있어 업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응답사의 36%는 현장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태로 공사가 진행하거나 채용 기준을 낮춰 기술 인력을 채용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품질 저하 및 안전사고 우려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건설 현장의 ‘감시자’로 불리는 감리원의 부족과 연령 쏠림도 심각해 공사 현장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29일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고를 조사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 보강근의 미설치, 붕괴 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등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검측 미흡으로 하자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감리 등의 책임을 지적했다.
실제 사고 이후인 지난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체 감리한 공사 현장 104곳 중 81.7%에 달하는 85곳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공사 감독 인원을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LH의 전관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원청에 책임을 부여하고 정상적인 감리 대가 지급 등을 위해 인허가 및 공공 발주 주체가 설계·감리 대가 지출 내역을 확인·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허가권자에게 공사 감독 의무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직접 감리 계약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감리원 고용 시 고령층을 선호하는 현상도 있었다. 발주자가 ‘최저가 입찰’ 방식을 고수하며 비교적 저렴하게 고령 감리원을 배치하고자 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감리 경력이 부족한 타 분야 건설 기술직 퇴직자를 중심으로 재고용이 이뤄지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선경 우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대한건축사협회 홍보위원장)는 “경쟁 수주를 하는 과정에서 감리 비용이 줄다 보니 극단적으로는 노령층 감리원들을 적은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을 건축주가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건설공사 감리의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권익위는 △물가 변동으로 계약 금액 조정 사유가 발생해도 사업자에게 계약 금액을 증액해주지 않는 문제 △감리 용역 일부의 무분별한 하도급으로 용역 서비스의 품질 저하와 저가 하도급 계약을 양산하는 것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공사 중지가 발생하는 경우 건축주가 감리원에게 오히려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공사 기간 연장으로 인한 근로를 서비스로 생각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대가 기준이 현실화될 경우 젊은 건축사가 일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