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물품의 위해성에 대해 사전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제품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에 달하는 위해 물질이 검출된 만큼 정부가 규제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해외 직구 관련 민원에 “개인 직구는 개인 통관 번호로 소비자에게 직접 발송돼 사전 규제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통관 단계에서 소비자가 알리·테무 등 해외 직구 플랫폼으로 구매한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해외 직구를 통해 들어온 전기용품은 국내 안전기준인 KC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3곳(29.1%)이 중국 직구 피해로 ‘국내 인증 관련 역차별’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표원 측은 “(인증 의무 면제는) 타 법령에서도 식품·의류·화장품 등에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 직구 제품에서 위해성이 확인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이달 8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알리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가죽 가방에서 기준치의 56배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나왔다. 최근 세관 조사에서는 알리·테무에서 판매 중인 일부 장신구에서 기준치의 700배에 이르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단순히 매매 중개 기능만 수행하는 플랫폼은 이 같은 위해 물품을 판매해도 제품 자체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롭다.
정부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최근 중국 직구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달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자율규제에 방점이 찍혔다. 위해 물품 유통을 막기 위해 알리·테무 등 해외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상반기 중 알리와 자율협약을 체결할 방침이지만 강제성이 없는 조치인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플랫폼이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졌다”며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플랫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