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바이오 강국 의지 실현되려면

바이오부 박효정기자

박효정 바이오부기자박효정 바이오부기자




“당장 돈이 안 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없애기는 쉽지만 나중에 되돌릴 때는 인력을 키우고 장비를 세팅하는 데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됩니다. 바이오 R&D를 하는 기업인으로서 서글픈 일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16.6% 삭감한다고 밝힌 후 한 신약 개발 기업의 대표는 이같이 토로했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가뜩이나 고금리 기조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정부 R&D 예산마저 깎이자 막막해 하는 바이오텍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수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불과 6개월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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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재정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바이오 R&D 예산 편성 권한을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 넘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 R&D 예산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외 조직이 R&D 예산 권한을 갖는 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 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방안이 구체화되면 ‘제약·바이오 강국’을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진정성 있음을 보여주는 혁신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고가의 바이오 연구 장비를 눈물로 매각하는 기업인들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정부가 바이오 산업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바이오 산업 육성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에너지가 소모되지만 그만큼 산업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국가바이오경제위원회’를 출범하고 복지, 안보, 지속 가능성, 경제적 생산성 및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공·민간 파트너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집행위원회도 지난달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 예산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획기적이지만 위원회의 법적 근거 마련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의 지위를 명확하게 하는 입법의 공은 사실상 22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사상 초유의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지만 ‘바이오 강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은 여야가 다르지 않다. 미래 먹거리가 될 산업 육성을 위해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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