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씨가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유족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이날 오전 5시 20분께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정 씨는 박 열사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박정기 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부산의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 서울로 올라와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이 사건은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2018년 7월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아버지 박 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정 씨는 그런 박 씨를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뜻을 함께했다.
유족으로는 박 열사의 형인 종부 씨와 박 열사의 누나인 은숙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9일 오전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