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디지털 약자의 동반자, 보험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오늘날 세상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모두 구텐베르크 덕분”이라고 했다. 약 600년 전 독일 마인츠의 세공업자이자 인쇄업자 구텐베르크가 고안한 인쇄기는 인류사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 불린다. 지식 혁명을 통해 유럽 사회가 중세의 암흑에서 깨어나 근대로 대전환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2007년 초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아이폰은 우리를 아날로그 시대에서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로 인도했다. 트웨인이 살아 있다면 “오늘날 세상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모두 스마트폰 덕분”이라고 했을 듯하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생활 속 사소한 불편함이라도 그 틈을 메울 수 있는 수많은 앱과 서비스들이 거의 매일 새롭게 등장한다. 지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활을 공유하고 직장에서는 외국 고객들과 영상회의를 한다. 평소 가고 싶었던 맛집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도 클릭 한 번으로 예약도 가능하다. 금융 분야에서도 디지털 혁신은 눈부시다.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비대면 계좌 개설, 간편결제, 오픈뱅킹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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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지털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불편함이 커지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흔히 디지털 취약 계층이라고 불리는 고령층·장애인·농어민·저소득층들이 그들이다.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콜택시를 이용하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예매하고 결제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워진 세상이다.

다행히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취약 계층과 디지털 금융과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금융 업계도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디지털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쉽게 순화하는 등 취약 계층의 디지털 금융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디지털화에 소극적이던 생명보험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취약 계층이 거부감 없이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미 여러 보험사가 미러링 기술을 활용해 보험 상담사의 설명을 들으며 스마트폰 화면으로 관련 문서를 확인하는 ‘보이는 텔레마케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계약 관계자가 다수인 보험 상품에 적합한 ‘1대다(多)’ 모바일 화상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분명 디지털 취약 계층의 불편함을 해소할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최근 빈발하고 있는 보이스 피싱 범죄에서 보듯이 오히려 디지털 금융과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할 부작용도 염려된다. 디지털 시대에 금융이 진정 취약 계층에게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 진보가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새로운 불편함이 아닌 디지털의 빈틈을 메워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보험 업계의 분발을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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