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아파트 등 집합건물 생애 첫 매수자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자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리 상품을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금 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이 부동산 쇼핑에 나서면서 집값 대비 대출 비중도 오르는 추세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중 생애 첫 매수자는 9만 2100명으로 전년 동기간(6만 8115명) 대비 약 35% 증가했다. 이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2021년 1분기(57%)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합건물 생애 첫 매수자 중 20~30대 비중은 집값 상승기였던 2021년 57%까지 상승했다가 2022년 54%, 지난해 53%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구의 올해 1분기 집합건물 생애 첫 매수자 중 20~30대 비중은 59%로 전년 동기간(54%) 대비 약 5%포인트 상승했다. 전남도 같은 기간 50%에서 55%로 비중이 늘었다. 이밖에 △광주(53%→57%) △울산(61%→65%) △경북(49%→53%) 등도 4%포인트 대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52%에서 54%로 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고 △경기(53%→52%) △인천(56%→55%) 등은 오히려 감소했다.
부동산 업계는 최근 2년간 집값 하락 폭이 컸던 만큼 현재 가격을 저점으로 판단하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결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년 전보다 약 12% 낮아졌다. 지난달 서울과 인천 등의 아파트값이 반등하는 등 올해 들어 수도권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방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가격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거래가액에서 채권최고액 비율은 올해 2월 66.23%에서 지난달 67.85%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4월(68.18%)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개인에게 돈을 빌려준 뒤 향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의미한다. 통상 빌린 돈의 120%를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똑같이 매매가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2월에는 5억 5191만 원을 대출 받았다면 지난달에는 5억 6541만 원을 빌렸다는 의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의 외지인 구매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을 고려하면 현지에서 실소유를 목적으로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구매한 20~30대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상품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30대 매수 비중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실제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 중 하락 거래 비중은 40%로 전월보다 1%포인트 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른바 ‘영끌족’이 급증하기에는 금리가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아직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되고 있어 집값 상승을 견인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