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행 산업에서 항공과 숙박은 '각각 예약’이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가령 비행편은 항공사 홈페이지나 전용 플랫폼에서, 호텔은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에서 따로 예약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기업들도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항공사와 호텔 체인들은 대형 OTA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가령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비행편 예약은 물론 숙박과 렌트카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글로벌리어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항공사와 호텔 체인 등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end-to-end) 여행 일정을 자동으로 설계는 솔루션을 제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이창현 글로벌리어 대표는 “글로벌 항공사와 호텔 체인의 대형 숙박 플랫폼(OTA)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여행 산업 혁신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글로벌리어가 자체 개발한 엔진을 사용하는 고객은 항공사, 여행사, 호텔 등 여행 관련 업체나 관광청 같은 정부 유관 기관이다. 대표 고객사는 루프트한자, 타이항공, 대한항공, 모로코항공, 윈덤, 서울시 등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리어의 엔진은 전세계 2만 여 도시의 70만 곳이 넘는 호텔, 230개 이상 항공사(180여 개 취항지), 관광 명소 4만 여 곳, 18개 주요 브랜드 렌터카 등에 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개인의 특성에 맞춘 여행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게 특징”이라며 “일례로 서울을 2박 3일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인 여행자가 있다면 희망하는 가격과 관광 테마 등 조건에 가장 어울리는 시간대별 여행 일정을 제안한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항공사와 호텔 체인들은 최근 들어 적지 않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스카이스캐너나 익스피디아 같은 OTA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리어가 자사 플랫폼(홈페이지 등)을 직접 이용하는 고객을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세계 각지에 서 고객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항공사들은 매년 수억 달러를 항공 티켓을 모아주는 소프트웨어 회사(GDS)나 OTA 등의 수수료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가령 항공권은 자사 플랫폼(홈페이지) 내 구매 비율이 높은 만큼, 일반 고객들이 항공편 외에도 숙박과 렌트카 결제는 물론이고 구체적 여행 관련 정보 등을 함께 얻을 수 있으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 티켓 판매 수단에 머물지 않고 항공사의 플랫폼이 자사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확보하면 스스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AI 기반의 여행 계획 솔루션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은 UC버클리 공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길지 않게 체험했던 직장 생활이 밑거름이 됐다. 다국적 회계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 애틀랜타와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에서 근무하면서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맡아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항공편 예약을 비롯한 여행 전 과정을 지원해주는 ‘개인화 서비스’가 빈약함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AI나 빅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여행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M&A 업무로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들과 교류하면서 얻은 지식을 여행 산업에 적용해 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글로벌리어는 실리콘밸리 VC들과 크래프톤 투자사로 알려진 국내 VC 케이넷투자파트너스로부터 총 36억 원 규모의 프리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30억 원이다.
이 대표는 “여행 장소를 고르는 초기 단계부터 항공권·호텔·현지 이동 수단 예약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고객의 개별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글로벌리어는 ‘개인화’된 여행 시대를 열어가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