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생산회사인 사우디아람코의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이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를 헐값에 ‘덤핑’하고 있다는 서방의 비난에 대해 “중국 덕분에 에너지 비용이 저렴해졌다”며 옹호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민 나세르 아람코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중국은 태양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며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이 중국의 가격 인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전기차 역시 다른 전기차의 30~50% 수준”이라며 “2050년까지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계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람코는 서방이 석유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사우디 원유의 최대 시장이다. 실제 아람코는 이날 중국 대형 석유화학 생산업체들과 맺은 제휴를 잇따라 발표했다. 특히 중국 주요 플라스틱용 화학물질 생산기업 중 하나인 헝리(Hengli) 석유화학의 지분 10%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35년까지 현재 원유 생산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하루 400만 배럴을 석유화학으로 전환하려는 아람코의 목표에 한 발 다가선 셈이다. 아람코의 한 임원은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 우리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지난해에도 상장사인 룽성석유화학의 지분 10%를 36억 달러에 인수했고 다른 중국 기업 2곳과 함께 정유 및 석유화학 단지 건설을 위한 벤처에 참여했다.
나세르 대표는 서방 국가가 기후 목표를 세울 때 개발도상국의 미래 에너지 소비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서방의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어떻게 에너지 전환이 이뤄질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는 석유 및 가스가 글로벌 북반구에서 40%, 남반구에서 60% 소비되고 있지만 2050년에는 80%가 남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국가들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아람코는 2050년까지 탄소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이지만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줄일 계획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나세르 대표는 “아람코가 더 깨끗한 형태의 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지만 쉽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수소를 시장에 출시해 에너지 전환을 도울 계획”이라면서도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15~20년 동안의 계약이 필요한데 우리가 제시한 가격(배럴당 200~400달러)으로는 이런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