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이끈 ‘한강의 기적’이 수명을 다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외신에서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제의 기적이 끝났는가’라는 22일자 분석 기사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97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6.4%를 기록했지만 차츰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연평균 1970년대에 8.7%, 1980년대에 9.5%에 이르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에 2.1%, 2030년대에 0.6%, 2040년대에는 -0.1%로 크게 꺾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원인으로 한국 경제를 떠받쳐왔던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라는 기둥이 흔들리는 점을 지적했다. 또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낮은 노동 생산성과 취약한 신기술, 급락하는 출생률 등도 요인으로 거론했다. 각종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행정부로 양분돼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5년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져 2% 선 붕괴 위기에 처했다. 우리의 기술력은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이미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문에서 따라잡혔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근로시간 등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에서 바닥권인데 강성 노조는 툭하면 총파업을 비롯한 정치·이념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제로 성장’의 늪으로 빠지기 전에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모래주머니’ 규제들을 과감히 수술해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창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의 승부수는 결국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없는 초격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업은 적극 투자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전방위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 재도약을 이룰 수 있다. FT도 “방산·건설·제약·전기차·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서구 기업들보다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며 “각종 개혁을 이뤄낸다면 재도약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