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088350)이 국내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해외은행업에 진출한다.
한화생명은 2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의 지분 40%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손보 사업을 넘어 은행업까지 영위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은행에 지분 투자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금산분리’ 규제 등으로 보험사의 해외은행 투자가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금융 당국이 국내 보험사의 해외은행 인수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한화생명의 노부은행 지분 투자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1990년에 설립된 노부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조 3000억 원 규모로 현지 30위권 수준의 중형 은행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금융·부동산·유통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운영 중인 재계 6위 리포그룹 계열사로 한화생명은 지난해 리포손해보험을 인수하는 등 리포그룹과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특히 이번 지분 인수 건은 김동원(사진)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CGO를 맡아 한화생명의 해외 사업을 이끌고 있다. 올 1월 다보스포럼에서 김 사장과 존 리아디 리포그룹 대표가 만나 나눈 대화가 이번 계약의 초석이 됐다. 당시 김 사장과 리아디 대표는 노부은행 지분 투자 건뿐만 아니라 두 회사 간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노부은행 지분 투자를 계기로 인도네시아를 주요 거점으로 해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특히 인수 초기 한화생명과 한화 금융계열사가 지닌 디지털 모바일 경험을 리포그룹의 경영 노하우에 접목해 단기간 내 시장에 안착하고 기존 내방 중심의 전통적 채널에 디지털 뱅킹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채널을 구축해 모바일 기반 영업 환경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한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의 생명보험 상품과 지난해 3월 지분을 매입한 리포손해보험의 손해보험 상품 판매를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화생명은 국내시장에서는 선도적 지위를 견고하게 하고 있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공략 가속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노부은행 지분 투자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