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의 사용자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마약 공급자가 이른바 ‘드로퍼(전달책)’를 공개 수배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정체는 텔레그램 아이디 뒤로 숨긴 채 드로퍼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4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사정 당국이 e드러그 모니터 구축·운영 등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비대면 방식 거래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 오픈 채팅방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코카인 등 각종 마약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오픈 채팅방에 올린 광고 글에 수량에 따른 가격은 물론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가 가능한 지역을 표기하고 이를 본 구매자들과 개인적인 텔레그램 채팅으로 거래하는 구조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마약 거래 집중 단속에 나서자 사실상 추적이 쉽지 않은 텔레그램 등 더욱 은밀한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약 공급자들은 거래 과정에서 마약·돈을 들고 잠적한 드로퍼를 겨냥해 ‘체포하면 특급 승진’ ‘형사님들 연락 주세요’라는 글까지 올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마약 거래 범법자임에도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 드로퍼의 사진 등 신상을 공개하며 사정 당국에 수사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 등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윗선’ 수사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말 e드러그 모니터 개발을 완료하고 올 1월부터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배포·운영하고 있다. 수사 당국의 한 관계자는 “e드러그 모니터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텔레그램·페이스북·텀블러·핀터레스트·인스타그램 내 마약 관련 단어·이미지를 탐지해 적발하는 프로그램이지만 텔레그램 오픈 채팅방을 누가 운영하는지 등의 추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