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따른 ‘역기조 효과’가 우려됐던 현대자동차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 40조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지만 6개 분기 연속 ‘3조 원 이상’ 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이어갔다. 대외 환경 악화에도 북미와 인도 등 주요 지역에서의 판매 호조와 환율 효과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25일 올 1분기 매출액이 40조 6585억 원, 영업이익이 3조 5574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 감소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3조 원 이상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한 셈이다. 영업이익률은 8.7%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주요 해외시장의 수요 확대에 따른 지속적인 판매 성장세에 8%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증가는 자동차 시장에서의 ‘믹스 개선’과 환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가가치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많이 판매해 매출과 수익을 올렸고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도 본 것이다.
글로벌 도매 판매는 100만 6767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1.5% 감소했다. 아산 공장 셧다운 등의 영향으로 국내 판매량은 15만 9967대로 16.3% 감소한 반면 해외에서 1.9% 증가한 84만 6800대를 팔아치우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북미와 유럽·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량 증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기차(EV) 수요 둔화 영향에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15만 3519대로 집계됐다. EV는 4만 5649대, 하이브리드는 9만 7734대였다.
현대차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맞춰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생산·판매 최적화로 실적을 극대화한다. 또 SUV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으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향후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인한 비용 확대는 악재다. 현대차는 지정학적 위험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불확실성도 미래 경영 활동의 리스크라고 밝혔다.
최근 상승세인 하이브리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 투자 계획도 밝혔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콘퍼런스콜에서 “10월 말 또는 올해 말 가동 예정인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하이브리드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시설 투자를 할 예정”이라며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