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검찰청 서버(디넷·D-Net)에 1차 압수 수색으로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올린 뒤 이를 영장 혐의 외 별건 수사에도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기존 영장 집행 후에는 삭제‧폐기했어야 하는 정보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금지법·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강 모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인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
검찰은 2018년 강원도 원주 택지개발 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원주시청 국장급 공무원 조 씨에 대해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조 씨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디넷에 저자한 후 관련 정보를 탐색하던 중 조 씨와 강 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여기엔 검찰 지청 사무과장이던 강 씨가 조 씨로부터 특정 사건 수사를 지연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응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내용에 대한 별도 영장 없이 녹음 파일의 녹취록을 만들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면서 추가로 수사에 나섰다.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별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2019년 1월에야 이뤄졌으나, 당시에도 검찰은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기존 녹음파일을 기반으로 수사를 이어가다 3월에야 동일한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대검 서버에 업로드된 디지털 자료를 압수했다. 강 씨는 4월에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 모두 추가 영장으로 수집된 증거의 능력을 인정해 강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디넷에서 1차적으로 발견해 수집한 자료는 위법하지만, 사후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한 증거에 관해선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건 영장이 집행된 뒤 삭제‧폐기됐어야 하는 디넷 저장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추가 영장 집행은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했다고 해도 그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며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원심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디넷에 무관 정보를 계속 보관하면서 영장 없이 취득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2차적 증거도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 종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선별 절차를 완료한 후 디넷에 저장된 전부 이미지(무관 정보 포함)를 재탐색해 별건 혐의 정보를 수집한 게 아니라 기존 혐의와 관련된 정보 탐색·선별 작업 중 별건 혐의 정보를 발견한 것”이라며 "당시엔 디넷에 보관된 전부 이미지 등에 관한 등록·폐기 절차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았다. 현재는 디넷 보관 전부 이미지는 ‘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한 경우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