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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참가 해외 청소년…지속 교류 통해 친한파 인재로 키워야”

김이재 경인교대 교수 (지리적상상력연구소장)

150여 개국 4만여 청소년 다양한 한국체험

한국 학생들과 온라인 교류·교육 활동 지속  

정부·지자체·대학, 잼버리 참가자 후속관리시  

K-교육·문화·예술·관광 등 영토 확장 기회  

김이재 경인교대 교수가 16일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지난해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열렸던 전북 14개 시군 30여개 프로그램을 담은 지도를 배경으로 잼버리 마스코트였던 ‘새버미’와 지구본을 들고 웃고 있다. /권욱 기자김이재 경인교대 교수가 16일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지난해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열렸던 전북 14개 시군 30여개 프로그램을 담은 지도를 배경으로 잼버리 마스코트였던 ‘새버미’와 지구본을 들고 웃고 있다. /권욱 기자




지난해 8월 150여개국 4만여 명의 청소년(14~17세)이 참가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전북 새만금 야영장과 14개 시군에서 열렸다.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세계 잼버리 대회는 청소년 문화 올림픽으로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새만금 야영장에서 청소년들이 폭염에 쓰러지고 벌레에 물려 고통받는 모습이 언론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세계로 퍼지며 ‘즐거운 축제’는 악몽이 되었다. 영국·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퇴영하자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태풍까지 북상하자 야영장을 폐쇄하고 3만 6000여 명의 해외 대원을 8개 시·도로 분산, 배치했다. 경기도·충남도·인천시·서울시, 전북도 등이 기업·대학의 협조로 숙소를 마련하고 체험 활동을 제공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그럼에도 잼버리는 실패한 국제행사의 대명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잼버리 대회의 홍보대사였던 김이재 경인교대 교수(지리적상상력연구소장)는 16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서울경제신문에서 인터뷰를 갖고 “잼버리를 폭망한 국제행사라고 외면하지만 아흐메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여행하는 잼버리는 처음’ 이라며 주목했다”며 “새만금 야영장을 넘어 전국에서 다양한 체험을 한 해외 스카우트 대원들과 인연을 이어가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지리교육과 학사와 서울대 국제대학원 동남아지역연구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싱가포르국립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런던대 교육연구대학원 연구원을 거쳐 2008년 경인교대 교수로 부임한 뒤 동남아 등 세계 지리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김 교수는 “지금도 온라인 사진전과 교육 활동을 이어가며 해외 잼버리 참가자들과 소통한다”며 “잼버리 체험활동을 통해 한국 문화에 매료된 해외 청소년들 중에는 귀국 후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대학 진학 문의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들과 우호적 관계를 지속하면 한국의 매력과 발전상을 알릴 수 있는 친한파 인재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고 영국, 스위스 등 관광 산업이 발달한 나라의 교육 과정과 잘 연계하면 한국이 매력적인 세계 수학여행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잼버리 당시 해외 참가자들 사이에서 보령머드축제, DMZ(비무장지대) 탐방, 한강 축제, 템플스테이 등이 인기를 끌며 매력적인 관광상품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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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각국 청소년들이 사진과 스토리를 공유하며 상호 이해를 넓히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카메룬의 케씨라는 고교생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흥미롭게 소개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 교수는 “잼버리 당시 전북과 수도권 고교생이 주축으로 활동한 ‘JJ(전북 잼버리) 프렌즈’는 해외 청소년들의 여행 준비를 도왔다”며 “이들이 구축한 100여개국 왓츠앱 단톡방이 해외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대사관 역할을 하며 아직도 JJ 프렌즈에 고마워하는 해외 청소년이 많다”고 전했다. 지금도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 수원외고, 송도고, 세종국제고 학생들은 잼버리 해외 참가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세계 100여 개국을 답사한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서구중심주의가 뿌리 깊다 보니 세계 인구의 약 10%에 불과한 구미 선진국에만 주목하고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는 관심이 덜하다”며 “한국이 추격국에서 진정한 선도국이 되려면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해 전 세계를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카우트 대원(약 2000만 명)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를 비롯 방글라데시, 이집트 등 이슬람 국가와 교류를 확대하면 할랄 시장 개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잼버리 당시 88개국 2만 명 가까운 해외 청소년을 잘 챙겼던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장들이 잼버리 참가자들과의 교류를 지속하면 지역은 물론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잼버리 참가자와의 인연을 잘 이어가면 K-교육·문화·예술·관광 영토를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도는 잼버리 직후 10여 개국 주한 대사관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며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해외 잼버리 참가자 중 한국과의 교류와 학습에 적극적인 청소년들을 선발해 올 여름 다시 초대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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