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로 인해 아시아 경제가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 추세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과정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시아 전문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29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 논평을 통해 “인도네시아는 최근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필리핀과 태국은 금리 인하를 미루고 있으며 한국은 원화 가치에 집착하고 있다”며 “1990년 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는 데자뷰가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달러 대비 일본 엔화는 10.1%, 태국 바트는 7.5% 하락하는 등 아시아 주요 통화 가치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우리나라 원화와 대만 달러도 각각 6%대 하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미일 재무장관이 ‘원화와 엔화의 환율 변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공동 성명을 내놓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강달러의 영향은 특히 아시아에에서 강하게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페섹은 이와 관련 “아시아 금융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투명해졌지만, 수출 비중이 높아 달러에 의존적인 구조”라며 “1997년 외환 위기에 이르던 과정과 비슷하게 최근 들어 달러는 마치 거대한 자석처럼 자본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시아 정책 책임자들이 안전벨트를 아직 매지 않았다면 지금이 매야할 때”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1990년대 후반 태국 등 달러 고정환율제를 운영하던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덩달아 급등했다. 이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무역 적자가 가중되자 이들 국가에 들어와 있던 해외 차입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아시아 전역으로 위기가 확대됐다.
반면에 위기가 과거처럼 번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시미즈 도키코 일본은행 이사는 최근 중국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아시아 국가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나 위기를 충분히 방어하고 있다”며 "30년 전과 달리 지금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현지 통화 채권을 보유해 위기 요인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체질이 단단해지면서 단기 해외 차입에 의존하던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