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정책 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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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미국 공화당에서는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원이 젊은 당원들과 함께 ‘보수주의기회사회(COS)’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당을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모색하고 표결로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COS는 1994년 공화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한 ‘혁명’의 주역이 됐다. 이에 앞서 1958년 미국 하원 선거에서 북부 지역 정치인들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 대거 의회에 진출했다. 당시 이들을 받아준 민주당은 남부 출신 의원 중심 정당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에 북부 당선인들은 ‘민주적공부모임(DSG)’을 만들어 기존 주류와 차별화된 정책 노선을 펴면서 표결에서 보조를 맞췄다.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당 쇄신 방안 토론회에서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책 계파’ 형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책 계파는 COS처럼 정책과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 함께 행동하면서 당권을 추구하는 정치 그룹을 뜻한다. 공천권·요직 임명권, 자금력을 가진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는 ‘보스 계파’와 구분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미국 정치가 대통령제와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수당의 폭주 위험을 최소화해온 배경에는 양당 내부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온 정책 계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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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주요 정당에서도 정책 중심의 계파 활동이 활발하다 보니 종종 정당 진영을 넘어선 표결이 나온다. 리사 수낵 총리가 승부수로 던진 흡연 금지 법안이 이달 초 하원 1차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당인 보수당에서 대규모 이탈 표(기권 106명, 반대 57명)가 나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해당 법안은 야당인 노동당 소속 다수 의원의 지지를 받아 하원 첫 문턱을 넘었다. 반면 한국의 여야 양대 정당은 친윤계·친명계 중심의 보스 계파 정치에 매몰돼 있다. 극단적 대결 정치를 해소하려면 우리 정당들도 정책 계파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 능력을 갖춘 정치인을 양성하는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는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제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민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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