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과거 '맹탕 정책'에 10년새 유통비율 6%P 올라…또 헛발질땐 金사과 되풀이

■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안

사과 1000원일 때 유통비 626원

2027년까지 비중 10% 낮춘다지만

일부 대책 10년전 내용과 판박이

온라인 도매시장 등 정책의지 중요

송미령(왼쪽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송미령(왼쪽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크고 작은 유통 구조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최종 가격에서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되레 6%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뜻으로 정부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유통 구조 개선안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 등은 1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안의 핵심은 농축산물 유통비 비중 평균을 2027년까지 45% 아래로 10%가량 낮추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도매 법인 지정 기간(5~10년) 만료 시 성과 평가 △성과 부진 법인의 경우 지정 취소 의무화 △9개 중앙도매시장 위탁수수료(7%) 적정 여부 점검 △온라인 도매시장 5조 원 규모로 육성 등이다. 또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2026년까지 100곳을 구축하고 APC의 청과물 취급 비중을 생산량의 30%에서 50%까지 확대한다. 대형마트에서 사과 같은 품목의 낱개 판매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2%대 물가 기조가 정착될 때까지 총력을 다하는 한편 근본적 접근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도 비슷한 규모의 대책이 발표됐지만 유통 비용이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유통식품공사(aT)에 따르면 2013년 종합 대책 발표 전인 2012년 평균 43.9%였던 농축산물 유통 비용 비중은 △2016년 44.8% △2018년 46.7% △2022년 49.7% 등으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급등했던 사과의 경우 2012년 42.9%에서 2022년 62.6%로 10년 새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1000원을 주고 사과를 1개 구매했다면 그중 626원은 유통 비용이라는 의미로 그동안 정부 대책이 맹탕이었음을 보여준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1976년 농수산물 유통·가격안정법이 시행된 지 벌써 50년 가까이 됐는데 지정 취소가 된 법인은 6곳에 그친다”며 “그만큼 오프라인은 이해관계자들끼리의 공고한 틀이 형성돼 쉽게 깨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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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5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농축산물 유통 비용이 평균 40~45% 수준이라며 △도매시장 내 정가·수의매매 비중 2016년까지 20%로 확대 △직거래 매장 인센티브 확대 △민관 합동 유통 포럼 개최 등 5대 전략과 16대 과제를 추진해 이를 낮추기로 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통 구조 개선은 늘 거론돼오던 문제지만 이해관계자 눈치에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며 “이번에도 유통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금사과 사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대책 가운데 일부는 과거 판박이라는 분석도 있다. 10년 전에 담겼던 도매시장 내 정가·수의 매매 비중 확대가 똑같이 담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6년까지 이 비중을 20%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2022년 기준 19%에 그쳤다. 농수산물 유통 포럼 운영과 산지 유통 규모화,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 개선 등도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주요 과제에 올랐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도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는 조언이 많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일정 요건을 갖춘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공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농산물 거래가 가능한 전국 단위 시장으로 거래가 체결되면 산지에서 구매처로 물류가 직배송돼 유통 단계를 기존 대비 1~2단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규모를 가락시장 수준(5조 원)으로 키워 유통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활성화되면 칸막이가 있는 오프라인 도매시장끼리의 경쟁을 촉진하면서 유통 구조상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도매시장 1~2개는 사라지는 등 수족관에 메기를 풀어놓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 대책이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그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미도 있지만 정책 의지가 부족했던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세종=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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