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에 플루리부스 우눔





“미국과 인도네시아는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여럿이 모여 하나)’과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 통일)’라는 전통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관이 양국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축하 메시지다. 다양한 민족·문화·종교가 어우러져 공존하는 ‘멜팅 폿(melting pot·용광로)’ 국가라는 공통점을 내세워 친밀감을 강조한 것이다. ‘비네카 퉁갈 이카’는 인도네시아의 국장(國章) 하단에 새겨진 국가 철학이다. 라틴어인 ‘에 플루리부스 우눔’은 미국의 건국 이념이다. 13개의 알파벳 철자는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한 13개의 주(州)를 상징한다. 1776년 스위스 출신 예술가 피에르 드 시미티에르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단편집 중 ‘하나는 모든 것으로 이뤄져 있고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나온다’라는 글귀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1782년부터 미국 정부의 공식 인장으로 채택된 이 문구는 현재 주조되는 모든 동전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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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도자들은 이 문구를 국민 통합의 메시지로 활용하고 있다. 2014년 11월 퍼거슨시에서 경찰이 흑인 청년을 사살해 흑백 갈등이 격화될 때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설에서 “우리는 출신이나 피부색, 종교와 관계없이 미국을 고향이라고 부르는 모든 사람들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건국만큼이나 오래된 우리의 신조대로 미국은 하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50여 년 만의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우주 비행사 4명을 확정할 때 사상 처음으로 여성과 흑인을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빌 넬슨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이들은 모두 ‘에 플루리부스 우눔’을 대표한다”며 “우리는 별을 항해하고 꿈꾸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탐험의 시대를 함께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단일 민족임을 자부하면서도 ‘심리적 내전’ 사태를 겪고 있다. 진영 논리를 부추기는 편 가르기 정치 탓이 크다. 정치권이 ‘에 플루리부스 우눔’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민 통합과 협치에 나서야 할 때다.

최형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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