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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 "꿈의 포디움, 파리서 꼭 오르겠다"

생애 첫 도쿄올림픽서 8위 쾌거

세계선수권 리드 金…성장 눈길

1·2차 예선서 본선행 여부 결정

"4년 뒤 LA 올림픽선 金이 목표"







올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규모는 초라하기만 하다. 단체 구기 종목의 부진 등에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가장 적은 15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암울한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암벽 사이 피어난 꽃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희망도 있다.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서 메달 획득한 서채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21·노스페이스·서울시청)이 그 희망 중 하나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실내 암벽장에서 만난 서채현은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 1·2차전을 앞두고 한창 담금질 중이었다. 오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손은 이미 하얀 초크(미끄럼 방지용 탄산마그네슘) 가루가 잔뜩. 그는 “지난달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2차 대회 리드에서 동메달을 따서 경기력이 좋은 상태다. 올림픽 포맷을 연습하는 대회라고 생각하고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했다.



서채현은 16일부터 열리는 중국 상하이 대회(1차전)와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2차전) 합산 성적으로 10위 안에 들면 파리 올림픽 콤바인(볼더링+리드) 출전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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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은 리드(15m 인공 암벽을 6분 안에 최대한 높이 오르기), 볼더링(맨몸으로 4분 안에 4.5m 암벽에 설치된 다양한 인공 구조물 통과하기), 스피드(15m 암벽 빨리 오르기)의 세 종목으로 나뉜다. 이번 올림픽에는 볼더링·리드를 합친 콤바인과 스피드 두 종목에 메달이 걸려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스피드가 별도 분리되면서 서채현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됐다. 서채현은 리드 세계 랭킹 4위, 콤바인 세계 6위다.

암장은 서채현에게 경쟁의 무대가 아닌 놀이터였다.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인 아버지 서종국 씨를 따라 일곱 살 때부터 암벽을 올랐다. 서채현은 “친구들을 사귀면 가장 먼저 데려온 곳이 암장이었다. 제가 여섯 살 때부터 아버지가 암장을 운영하셨다. 암장이 놀이터였고 친한 친구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은 소중한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여덟 살 때 처음 나간 클라이밍 대회에서는 꼴찌를 했었는데 어느새 국가대표 6년 차일 만큼 서채현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9년에 리드 세계 1위에 올랐고 2021년에는 스포츠클라이밍 최연소 출전자로 도쿄 올림픽에 나섰다. 당시 콤바인 예선 2위, 주종목인 리드에서는 1위로 결선에 진출해 메달 기대를 키웠으나 최종 8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출전한 2021년 세계선수권에서 리드 금메달을 땄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비가 많이 내린 탓에 결선을 치르지 못하고 준결선 결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올림픽 때 ‘거미 소녀’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소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20대 초반이다. 기량도 함께 성숙했다.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는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고 돌아본 서채현은 “지금은 태극기의 무게도 많이 느껴진다. 도쿄 때에 비해 확실히 체력적으로 좋아졌고 볼더링 기량이 성장해 최근에는 성적도 좋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파리 올림픽에 나가서 어떤 제목의 기사를 확인하고 싶은지 묻자 서채현은 “‘두 번째 출전 올림픽서 메달 획득한 서채현’”이라고 답했다. “원래 올림픽은 다른 종목들의 무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도쿄 때 처음 정식 종목이 됐고 이후에는 저도 포디움(시상대)에 서보고 싶다고 마음먹었어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였지만 지금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파리에서 포디움에 오르고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래요.”


정문영 기자 사진=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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