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차세대 메모리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7세대 D램(1d)’ 개발을 위한 원팀을 조기에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 제품의 양산 시기가 2026년 이후인 점을 고려할 때 근래 들어 약화된 메모리 시장에서 초격차를 다시 세우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7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10나노 7세대 D램의 기술개발(TD) 단계에서 원팀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통상 삼성전자는 각 세대 D램을 개발할 때 TD 단계에서 어느 정도 기술 개발이 마무리되면 양산을 준비하는 프로세스아키텍처(PA) 단계로 넘어가 반도체와 공정 엔지니어를 하나로 모으는 원팀을 꾸려왔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예년보다 원팀 소집 시기가 1~2년 빨라지는 셈이다. 이번 원팀의 구성 인원은 수백 명대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원팀 조기 구성에 나선 것은 개발과 양산 준비를 동시에 진행해 생산 최적화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장 팀 구성에 따라 개발 초기부터 인력 규모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양산 준비와 개발을 초기부터 함께 진행하는 만큼 이후 양산 준비 과정에서 겪어야 할 최적화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1d 제품부터는 생산 과정에 극자외선(EUV) 장비가 본격 투입되기 때문에 공정 난도 상승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력들이 조기 합류해 개발 단계를 최소화하고 그 인원 그대로 양산으로 넘어가겠다는 전략인데 전체적인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에 밀린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기술력은 물론 양산 역량, 원가 관리 기술 등 사업의 모든 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해왔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론·SK하이닉스 등 기업에 대비해 많게는 3년까지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삼성전자는 1992년 12월 처음으로 세계 D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오랫동안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20년대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2021년 마이크론은 10나노급 4세대 D램(1a)에서 삼성전자를 꺾고 가장 먼저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에 상용화된 10나노급 5세대 D램(1b)의 경우 3사의 기술력이나 양산 시점이 거의 동일 선상에 진행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말 양산을 앞두고 자웅을 겨루고 있는 10나노급 6세대 D램(1c)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도 D램을 쌓아 만드는 만큼 D램 경쟁력은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데도 중요한 포인트다. 넓은 대역폭이 장점인 HBM은 주요 기업의 경우 내년도 공급까지 계약이 끝날 정도로 필수 AI 메모리로 부상했다. 경쟁자를 꺾고 주요 고객사 몫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주재료인 D램의 경쟁력이 우선돼야 한다. 이렇듯 D램 자체의 경쟁력은 물론 HBM 경쟁력까지 연결되는 고리를 고려하면 D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가 HBM을 필두로 전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삼성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TSMC 등과 손잡고 팹까지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상황에서 당분간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