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융합형 인재 양성" 대학들, 무전공 선발 확정했지만…"기초학문 고사"우려도

경북대 25% 아주대 27%

무전공 비율에 따라 차등 인센티브에 대학들 적극 참여

"기초 학문 분야 보호책 마련해야"

무전공 부작용 최소화…교육부, 연구용역 착수

모집단위 바뀌고 합격선 변경…입시 지각변동 불가피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게 될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전공 없이 학생을 모집하는 무전공 입학 제도가 국내 대학에서 확대 시행된다. 기존에 무전공 제도를 운영 중인 대학들의 경우 선발 비중을 늘리고 처음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목표치로 제시한 25% 비율을 채운 대학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쏘아올린 무전공 신호탄이 국내 대학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만 정부 주도로 급작스럽게 추진되는 만큼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 움직임과 함께 기초학문 고사, 대입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자율전공학부로 신입생을 뽑아 온 경북대는 올해 입시부터 무전공 선발 비율을 25%로 늘린다. 무전공 제도인 ‘전공트랙제’를 2017학년도부터 운영해온 한성대는 무전공 선발 비율이 83.7%에 이른다. 자율전공학부인 상상력인재학부의 선발 비율을 10%에서 15%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무전공 제도를 도입하는 아주대는 27%, 숙명여대는 22.3%를 무전공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교육 당국이 올해 대학 입시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을 높인 대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대학들의 참여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교육부는 2025 대입에서 수도권 사립대는 20%, 국립대는 25% 이상 무전공 신입생을 뽑아야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속도 조절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힌 대학들이 많자 올해 초 방향을 바꿔 하한선을 없앴다. 대신 교육부는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최대 10점(국립대학 육성 사업은 최대 8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각 대학이 택할 수 있는 무전공 유형은 두 가지다. ‘유형1’은 자유전공학부처럼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는 방식, ‘유형2’는 계열·학부 등 광역 단위로 모집한 뒤 광역 단위 내 모든 전공을 택하거나 광역 단위 내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산점 10점을 받으려면 무전공으로 25% 이상 선발하면서도 그 가운데 10% 이상을 유형1로 뽑아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 재정 지원 확대를 통해 융합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이지만, 일부 대학에선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건국대에선 무전공 선발 확대를 앞두고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대학본부 점거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정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 기조에 따라 대학들이 점차 모집인원 규모를 늘려가면 학내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초학문 고사 우려 목소리도 여전하다. 학생들이 안정적이면서 고수익이 보장되는 진로와 연계된 학과로 몰리는 반면 수학과 물리학, 철학 등 기초 학문 분야의 인재는 점점 줄면서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전공 선발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초학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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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국가가 발전하려면 기초 학문의 토대가 탄탄하고 인재가 사회 여러 분야에 퍼져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무전공 제도 확대 시행 이전에 기초 학문 분야에 대한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와 대학은 무전공 제도를 통해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일 뿐만 아니라 학문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원하는 것처럼 사학이나 문학, 철학, 수학 등의 기초 학문도 공공재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당국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무전공 제도 안착을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이미 무전공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인 대학들의 모범 사례와 시행 예정인 대학들의 의견을 취합해 전문가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무전공 제도 취지는 살리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초학문 고사 등 무전공 시행에 따른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올해 가을까지 정책 연구를 종료하고,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연구 용역을 통해 나온 내용들을 각 대학에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융합 인재 양성,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확대, 교수·학과 간 경쟁으로 인한 교육 질 향상 등을 이유로 무전공 선발 비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학생 선발은 유형 2로, 운영은 유형 1로 할 경우 유형 1로 인정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보장이라는 무전공 도입 취지에 배치되지 않는 만큼, 대학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전공 특성상 선수 과목 이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부 대학이 2학년 전공 선택 전 특정 과를 가기 위해 1학년 때 전공 디딤돌 과목을 이수하도록 한 것도 수용했다. 다만 학생들에게 해당 내용을 사전에 안내해야 하고, 디딤돌 과목 수강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 대학들은 이 같은 교육부의 탄력적인 운영 방침으로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말 각 대학들이 무전공 관련 시행계획을 발표하는데, 참여 대학 수·선발 비율에 따라 올해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무전공 모집 인원이 늘면 상위권 대학으로의 지원 쏠림은 물론 다른 대학 합격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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