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Zoom)과 펠로톤 등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수혜로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폭등했던 상위 50대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2020년 말 이후 2000조원 넘게 사라졌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포함된 기업들을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던 상위 50대 기업 중 43곳이 팬데믹이 끝난 후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현재 주가와 2020년 말 주가를 비교할 경우 평균 3분의 1 이상의 시총이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총합 1조 5000억 달러(약 2047조 5000억 원)의 시총이 상실된 셈이다.
50대 기업 목록은 대부분 기술 기업이었다.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화상회의 서비스와 온라인 쇼핑 등 언택트(비대면) 기술이 미래 기술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사무실 복귀가 진행되는 등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언택트 수요가 급감했다. 특히 전자상거래는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가 맞물리며 생활비를 줄이는 소비자가 늘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FT는 “팬데믹 기간 급증했던 수요가 예상보다 오래 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팬데믹에 따른 상승과 하락을 가장 극적으로 겪은 기업은 화상회의 업체 줌이다. 줌은 2020년 주가가 765% 폭등했으나 2020년 말 이후 주가가 약 80% 하락하며 시총이 77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클라우드 기반 통신업체 링센트럴도 원격근무 붐으로 팬데믹 초기 주가가 급등했으나 2020년 말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나 알파벳 등 빅테크와 경쟁하면서 시총이 90% 급감했다. 홈트레이닝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기업 펠로톤도 2020년 말 이후 주가가 97% 폭락해 시총이 430억 달러 이상 쪼그라들었다. 펠로톤은 이날 배리 맥카시 최고경영자(CEO) 사임 소식과 함께 인력 15%를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 백신 개발로 큰 수익을 올렸던 제약회사들도 비슷했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테크와 코로나 백신을 공동개발해 2020~2021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주가 역시 급등했으나 현재는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한 상태다. 화이자의 경쟁사였던 모더나와 중국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도 비슷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쇼피파이, 징둥닷컴, 츄위 등도 큰 손실을 입었다. 또 팬데믹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주가 상승률 기준 2020년 최고의 승자 중 하나였던 테슬라 역시 현재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 전기차 전환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787% 폭등, 시총이 6990억 달러까지 불어났지만 현재는 5890억 달러까지 내려앉았다.
FT는 ‘2020년 승자’였던 기업 중 지금까지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곳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 사이버보안그룹인 크라우드스트라이트, 소프트웨어 기업 더트레이드데스크, 데이터도그, 티-모바일,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 남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메르카도 리브레 등 7곳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2020년 주가 상승률이 54위였지만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시총이 1조 9000억 달러 이상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