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엔저에 '경쟁적 평가절하' 가능성…아시아 통화전쟁 촉발 위기감

한국·대만·중국 '엔저'에 수출 경쟁력 저하

'경쟁적 평가절하' 시나리오 시장서 급부상

위안화 평가절하시 통화위기 재현 우려도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한국과 대만·중국 등 아시아 수출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쟁적 평가절하’라는 새로운 통화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출 부양을 통한 경제 회복을 꾀하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할 경우 아시아 통화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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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9일 일본 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과 대만·중국과의 경제적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엔화의 불안정한 하락은 이웃 국가들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견해하에서는 설득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극단적 조치란 ‘경쟁적 평가절하’와 같은 현상을 의미한다. 앞서 엔화 가치는 지난달 말 달러당 160엔을 돌파하면서 3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고 일본 당국의 두 차례 개입에도 불구하고 155엔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달러 강세가 원인이지만 한국·중국 등 주변 국가가 어느 정도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 엔화의 하락세는 유독 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엔저가 아시아 주요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일본 엔화는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위안화와 비교해 1992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한국 원화와 비교해도 2008년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만 달러 대비로도 31년 만에 최저치다. 미국 헤지펀드 스테이트스트리트의 헨리 퀙 아시아태평양지역 글로벌시장책임자는 “경쟁적 평가절하라는 말은 장기간 들어보지 못했지만 엔화가 훨씬 더 약세를 이어간다면 (주변국 사이에) 경쟁적 평가절하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은 중국의 대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극단적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 환율과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물론 아시아에서의 급격한 자본 유출이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스위스투자은행 롬바드오디에홍콩의 아태지역 최고투자책임자인 존 우즈는 “아시아 전체를 놓고 볼 때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엔화 약세에 따른 중국의 상대적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위안화 평가절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리스크”라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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