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있는 발전설비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안전한 일터를 위해 획기적인 제도를 운영한다. 바로 ‘우리 모두 안전관리자’란 프로그램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안전상생협력사업)을 통해 작년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노동계의 숙원인 작업중지권의 현실적 방안이다. 사무실, 휴게실뿐만 아니라 직원의 안전모까지 붙은 큐알(QR) 코드를 활용해 직원들이 현장에서 위험 요인을 즉각적으로 알린다. 익명도 가능한 신고는 해당 부서로 이송돼 현장 위험요인을 즉시 개선한다.
특히 이 제도는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도 참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통상적으로 작업중지권은 하청업체 직원뿐만 아니라 원청업체도 활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장 지붕 교체 작업을 할 때 쓰던 사다리를 수직사다리로 바꾸는 등 작년에만 130건의 안전조치 성과를 냈다. ‘일어날 수 있었던 130건의 안전사고’를 예방한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사내·외 협력업체 50곳, 지역 중소기업 2곳이 상생협력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협력사와 함께 하는 안전보건 협력은 현장 중심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두산에너빌리티처럼 모기업(원청)과 하청이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팔을 걷었다. 대부분 하청은 원청에 비해 재정·인력 부족으로 늘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지원이 절실하다.
9일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공단의 작년 안전 상생협력사업에 모기업 329곳, 협력업체 3884곳이 참여했다. 이 사업은 모기업이 협력업체와 상생협력활동 계획을 만들면 관련 비용을 정부와 모기업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협력업체와 지역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없이 안전한 일터 조성 제반 비용을 지원받는 게 이 사업의 최대 장점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모기업과 협력업체는 세세한 현장부터 큰 틀의 안전경영 방향까지 달라진다는 평가다. 상생협력활동에는 안전에 관한 세미나, 간담회뿐만 아니라 안전모, 안전화와 같은 물품, 휴게시설, 안전진단기구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업에 참여한 협력업체의 사망사고도 눈에 띄게 줄었다. 협력업체의 근로자 1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자를 뜻하는 사고사망만인율(‱) 3년 추이를 보면 2021년 11월 0.29에서 작년 0.09로 69%나 급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사인 동명산업의 정상우 대표는 “안전보건담당자가 없는 소규모 협력사는 자체적인 안전 관리가 쉽지 않다”며 “모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많은 위험 요인을 개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