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의 경기 예측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연착륙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전이 2022년 7월부터 최근까지 1년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2차 오일쇼크 이후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극단적인 긴축정책을 펼쳤던 시기(1978년 8월~1980년 5월, 1년 8개월)를 넘어선 기록이다. 이번 금리 역전 역시 2년 전 고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기 전망에 민감한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하락하며 시작됐다.
닛케이는 “장단기 금리의 최장 역전은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뒤로 밀리면서 경기 낙관론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리 역전의 장기화는 역사적으로 시간차를 두고 경기 둔화를 동반했다. 2006년~2007년 긴축 국면에서 금리가 반년 넘게 역전된 후 미국 경기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와 함께 후퇴 국면으로 들어섰다. 1979년 ‘볼커 쇼크’ 역시 초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듬해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불황에 상당한 내성을 보이는 데다 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는 판단 아래 연착륙 시나리오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진정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기대감 역시 확산됐다. 과거 경기 침체의 방아쇠가 됐던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히데히로 가미야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경험에 근거한 제도 확충과 규제 강화로 연준의 백스톱(안전책)은 충분히 정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물가는 꺾이지 않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의 장기화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1.5%로 지난해 4분기(3.4%)에서 둔화한 것은 물론 시장 예상치(2.4%) 역시 훨씬 밑돌았다. 겐지 야마모토 야마토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한다는 관측이 강해지면 증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주가 상승을 버팀목으로 하는 개인소비가 둔화해 경기가 침체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