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취임위) 위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심의 키를 쥔 공익위원들이 이전 보다 정부와 정책 활동을 하거나 보수화됐다며 벌써 반발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첫 최임위는 돌봄 업종의 첫 차등 적용(업종 구분)과 고물가 속 적정 임금 수준을 두고 치열한 격론을 펼칠 전망이다.
◇공익위원 경영·경제학 무게…勞, 벌써 특정위원 사퇴 촉구=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13대 최임위 위원 27명(1명 미위촉 상임위원) 중 26명을 위촉했다. 윤 정부 들어 최임위가 새로 구성된 것이다. 직전 12대 위원과 비교하면 14명이 ‘새 얼굴’이다. 이들은 매년 8월 5일 고시일을 고려해 7월 중순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첫 전원회의는 21일 열린다.
최임위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올해 최임위 위원 관심도 공익위원 면면에 쏠린 배경이다. 최임위는 노사 격론으로 합의 보다 표결로 업종별 구분 적용, 임금 수준을 결정해왔기 때문에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최임위 위원장도 공익위원 중에서 결정된다.
공익위원은 12대에 이어 경영·경제학 교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작년 공익위원 간사로 최임위 심의를 이끈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시 공익위원이 됐다. 과거 최저임금제도 결정방식이나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에 우려를 표한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공익위원 대부분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들”이라며 “현 정부의 전문가위원회 참여 인사가 다수”라고 권 교수의 위촉 취소를 요구했다.
◇근로자위원 두 명 ‘돌봄운동가’…차등 적용 격론 예고=근로자위원은 9명 중 6명이 새로 최임위에 합류했다. 정부는 노동계가 추천한 근로자위원 전원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눈에 띄는 위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측인 최영미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 지부장과 민주노총 측인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이다. 모두 돌봄 노동을 경험하고 현직에서 활동하는 돌봄노동 운동가다. 돌봄노동 운동가가 양대 노총의 근로자위원 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돌봄 업종의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 노사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미 심의 전부터 서울시와 한국은행이 업종별 구분 논쟁에 뛰어들었고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모양새였다. 최저임금 업종 구분은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1988년 한 차례 뿐이다. 매년 최저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고 어떤 업종 임금을 차등할 수 있는지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봄 업종은 돌봄서비스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최임위 업종 구분 심의 과정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 작년에도 업종별 차등 임금을 요구한 사용자위원 9명 중 5명이 연임됐다.
◇올해 최저임금 2.5% 인상…고물가가 최대 변수=내년 최저임금 수준 심의의 최대 변수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낮게 결정되느냐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보다 2.5% 올랐는데 이는 역대 두번째로 낮은 폭이다. 인상폭이 가장 낮았던 2021년 1.5% 인상률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16.4%, 10.9% 오른 데 따른 일종의 충격 완화 성격을 띠었다.
관건은 노사가 고물가 충격을 어떻게 해석할지다. 고물가는 원자재·인건비 등 경영 여건을 악화해 경영계 입장에서는 임금 수준을 낮출 요인이다. 급격한 인상은 고물가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노동계는 반대로 저임금 근로자를 고려해 임금인상폭을 높일 배경이다. 근로자는 실질임금 마이너스에 따른 충격도 쌓였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35만 4000원으로 1.1% 감소했다. 통계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