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일본으로 가지 않고 현지에서 재투자되는 사례가 늘면서 중장기적인 엔화 약세 압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기업이 국외 투자에서 얻은 수익의 국내 환원을 촉진하는 세제 혜택 도입 방안 등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올 3월 국제수지 구조 변화에 따른 전문가 간담회를 시작하고 첫 회의에서 ‘(기업의) 해외 수익이 국내 투자나 실질임금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재무성 통계를 보면 기업들의 2023년도 해외 재투자 수익은 10조 5000억 엔으로 10년 전(3조 3000억 엔)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제수지 통계에서는 해외 내부유보금을 ‘재투자 수익’으로 잡아 직접투자 흑자로 계산한다. 재투자 수익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외국에서 번 돈을 본국의 모회사로 보내지 않고 현지에 쌓아둔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다. 투자로 얻은 이익이 해외에서 일본 국내로 환원되지 않는 점은 엔화 약세와 맞물려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 통화를 엔화로 바꾸는 ‘엔화 매수’가 그만큼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산업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2022년 일본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잔액은 2000년의 8.5배 규모로 뛰었으나 같은 기간 일본 국내 민간기업의 설비 관련 투자는 1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에 부상한 것이 ‘수익 국내 환원 종용세’ 일명 ‘리패트리에이션(repatriation·수익 송금) 감세’다. 해외 내부유보금을 엔으로 바꾸는 리패트리에이션 실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에서는 현재 엔저 대책의 관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 중이며 기업들의 반응을 살피는 단계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해외 자회사에서 배당 형태로 일본 본사로 자금을 환원하고 있어 이 같은 리패트리에이션 감세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 현재 일본은 주식 25% 이상을 보유한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 이익의 95%에 비과세를 적용하는데 나머지 5%도 비과세로 하는 등 제도를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정부가 미 달러화를 사용한 환율 개입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간이 비축한 외화를 활용하는 리패트리에이션 감세는 개입을 대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