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쇄신에 나선 SK그룹이 비유동 자산 매각 등으로 최대한 현금을 쌓아 미래에 대비하기로 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이런 기조를 추진하고 있다. 신규 투자는 다음 달 말 열리는 확대경영회의 이후 예외적으로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는 줄이고 현금은 모아두면서 배당 등에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스퀘어는 지난달 크래프톤 지분 전량(2.2%)을 매각해 약 2700억 원을 확보하게 됐다. 차익은 약 700억 원이다. SK렌터카도 8500억 원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어스온은 페루 액화천연가스(LNG) 광구 지분을 약 3400억 원에 매각했고, SK매직은 경동나비엔에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등 주방가전 3개 품목을 넘겼다.
주주환원 정책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배당 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SK이노베이션은 배당 없이 7936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만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배터리 부문 부진과 높은 설비투자(CAPEX)가 재무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SK온의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 2022년 35.2%에서 지난해 40.4%로 상승했다. SK온은 올 1분기 영업손실 3315억 원을 기록했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1조 6836억 원으로 떨어졌다. SK온이 3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달에 나서는 건 외부 자금을 조달하되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이 상승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SK온이 후발주자로 빠르게 캐파증설을 하다보니 수율 안정화에 시간이 걸렸다”며 “완성차 업계 수주 기반이 확대되면 하반기에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관건은 포트폴리오 조정 이후 나오는 매물이다. 시장에서는 SK시그넷(SIGNET), SK넥실리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등이 거론된다. 모두 2차전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과 거래하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기차 시장 전망이 어두워진 탓에 매각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매각 가격 등을 놓고 사모펀드(PEF) 등과 시각차가 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가 계속 지연되면서 인수금융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인수금융 금리는 올해 초 6%대 후반 이하까지 떨어졌는데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다시 7%로 높아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 같이 위험 상품으로 조달해야 하는 PEF는 7%가 넘어가면 수익률이 무너지게 돼 딜이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