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4년 나주로 왔는데 이후에 광주·전남 지역 문화에 변화가 있었나. 예술위가 여기 와 있으면 나주라도 문화예술의 꽃이 피어야 한다. 늘 조건이 안 맞아서 안 된다고 하고…정말 아쉽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0일 전남 나주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하는 가운데 지방이전 산하 공공기관들의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발언은 예술위의 한 관계자가 ‘직원들의 주요 현장인 서울 출장이 잦아서 업무가 어렵다. 대책을 세워달라’는 불만을 토로한 데 대해 반박하면서 나왔다. 이 관계자는 “나주 예술위 전체 160여명 직원 중에 매일 평균 30~40명 이상이 서울을 가야 일이 된다”며 “문화형성 최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 문화행정가들이 가장 문화로부터 소외된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문체부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 영역을 차지하고 가장 일선에 있는 여러분들을 이렇게 늦게 만난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 ‘여기에 데려다 놓고 버린 자식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이날 처음 나주 예술위를 방문했다. 그는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 지방을 돌려 산하 공공기관들을 방문하고 있는 중인데 앞서 부산, 전주, 진주 등을 찾았다.
하지만 유 장관은 지방이전으로 일이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예술위 여러분들이 나주로 와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가가) 공공기관을 전국에 흩어 놓았다”면서 “세종의 문체부 공무원들, 문화의 미래와 첨단을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맨날 출장으로 바쁘다. 이들은 세계가 요구하는 예술의 방향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서울서 사람 만나기 어렵고 공연 하나 보고 싶어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예술위가 10년 전에 나주로 내려왔는 데 광주 전남 지역에 변화가 있었나. 국가에서 만든 그 엄청난 시설인 (광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역할이 미미하다. 지역 문화재단은 제대로 역할을 하나. 국가에서 내려보낸 예술위가 나주에 앉아 있는 데 전남 지역 문화예술이라도 좋아졌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조했다. “지방 문화계에서는 끊임없이 (예산이나 조직 등을) 지방으로 내려보내 달라고, 지방 문화를 진흥하자고 이야기한다. 예술위가 여기와 있으면 우선 나주라도 문화예술의 꽃이 피어나야 한다. 과연 여러분은 광주·전남의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들여다보나. 항상 뭐가 안맞고. 수준이 안맞고. 저쪽이 원하는 것은 엄청난 것이어서 못해 주고…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유 장관은 다른 지역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그는 “여기 뿐만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원주에,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진주에 가 있다. 그런데 그냥 가 있기만 한다. 지방에 가 있으면 지방이라도 살리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이날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나주 본부 직원들과 만나 기관의 업무 추진 방향과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예술위는 국내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기초예술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유 장관은 “예술위가 대변신해야 할 시점에 왔다. 지난 50년간 해온 걸 답습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문화뿐 아니라 체육, 관광 분야에서도 기관 간 중복된 사업을 정리하려 한다. 기관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위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다른 예술 기관과의 사업 조정, 지역 재단과의 연계 방안에 관해 질의하고 문화시설 운영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유 장관은 이어 같은 나주 소재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방문해서도 “콘진원은 콘텐츠 산업의 시작과 끝인 중요한 기관”이라며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기업과 창작자의 역량을 키워주는 게 핵심 역할이다. 행정적인 기획도 창의적인 일이니 도전과 모험을 멈추지 말라”고 격려했다.
나주=최수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