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ICAO에서 韓 위상 더 높여야 할 이유

■이재완 주몬트리올총영사 겸 ICAO대표부대사

北규제 국제사회 단합 이끌고

UAM 등 미래먹거리 협력 필요

국제민간항공협약 80주년 맞아

韓 중추국가로서 역할 강화해야





올해는 1944년 12월 7일 미국 시카고에서 국제민간항공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Civil Aviation)이 채택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52개국이 모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항공 질서를 규율할 체제를 설립하기 위한 협약을 채택했는데 이를 ‘시카고 협약’이라고도 한다. 1947년 시카고 협약이 발효함에 따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창설됐으며 2024년 5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9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ICAO의 주요 기능은 국제 민항 안전을 위한 국제 표준 및 권고 사항을 제정하는 것으로 ICAO 창설 이래 1만 2000건이 넘는 규정이 채택됐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할 때 접하는 항공기의 운항 방식, 조종사 면허 기준, 비상 상황 시 대응 요령, 심지어 여권 사진의 규격도 모두 이렇게 정해진 것이다.



또한 ICAO는 항공 분쟁 해결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까지 회부된 국제분쟁은 총 10건이며 현재 3건의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둘은 2014년 MH17기, 2020년 PS752기 등 민항기 격추 사건 관련 분쟁으로 우리나라가 1983년 겪은 대한항공 KAL007기 격추 사건과 성격이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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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O와 한국의 관계는 여러 측면에서 각별하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중인 1952년 ICAO에 가입해 72년이라는 오래된 협력 관계를 가지고 있다. ICAO에 대한 재정적인 기여도 크다. ICAO 정규 예산 분담률은 국가 경제력 및 직전 3년간 민간항공 업계의 영업 실적을 바탕으로 산정되는데 우리의 분담률은 세계 9위인 유엔 정규 예산 분담률보다 더 높은 7위에 달한다. 그리고 2001년 10월 이래 현재까지 8회 연속 ICAO 이사국으로서 ICAO 이사회의 중요 결정에 관여해오고 있어 ICAO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무게감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개도국 항공 인력에 대한 무상교육 훈련을 제공하고 항공안전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며 ICAO의 디지털 전환 사업도 적극 지원함으로써 ICAO와 세계 민항 발전에 기여해왔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ICAO는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다. 그간 ICAO 이사회는 북한의 사전 미통보 미사일과 소위 위성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시카고 협약 및 관련 규정의 철저한 준수를 요청함으로써 북한의 국제규범 위반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ICAO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국제 민항 현안은 전기수직이착륙장치(eVTOL), 무인기·드론 등 미래항공교통(AAM·Advanced Air Mobility)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eVTOL을 이용한 도심항공교통(UAM)은 2040년 609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예상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우리 정부는 2025년 UAM 상용화 착수 및 2030년 상용화 확대를 목표로 올해 4월부터 관련법을 시행하는 등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ICAO에서 이러한 미래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한 규범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국제 민항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인 ICAO와의 협력은 우리 항공 업계와 미래 먹거리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적인 위상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는 ICAO 이사국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모색하고 기여를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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