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은 비대칭 전략 무기 체계다. 보이지 않는 은밀성으로 그 존재 자체가 엄청난 위협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잠수함을 자체 설계 건조해서 운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3000t급 장보고-Ⅲ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을 지난 2018년 9월에 진수함으로 세계에서 12번째로 잠수함을 독자 설계 건조하는 국가로 올라섰다. 현재 3000t급 이상의 잠수함을 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등 8개국 뿐일 정도다
따라서 이러한 잠수함 승조원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일은 최신예 잠수함 전력을 증강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승조원의 능력에 따라 수중 전투의 승패 뿐만 아니라 잠수함 승조원 전체의 생사가 결정될 수 있기에 그렇다.
잠수함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높은 업무 난도 때문에 승조원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잠수함 승조원의 자격 요건부터 돌고래 휘장을 가슴에 달고 정식 잠수함 승조원으로 근무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될까.
잠수함에 타기 위한 예비 관문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잠수함 승조원 교육훈련’을 하는 곳은 경남 진해에 위치한 잠수함사령부 내 제909교육훈련전대다.
잠수함 승조원 자격 요건
잠수함에는 장교와 부사관만 탑승한다. 해군 수병은 없고 오직 간부만이 탑승한다. 교육 기간이 길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예비 잠수함 승조원 자격으로 6개월의 기본 교육 과정을 거친 뒤 잠수함 승조자격 부여(SQS·Submarine Qualification System) 평가를 통과하는 데 추가로 6개월이 더 소요된다. 최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복무 기간이 짧은 수병은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승조원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은 최우선적으로 3년 이상 잠수함에서 근무할 수 있는 간부만 지원이 기능하다. 여기에 장교의 경우 1년 이상 수상함에서 근무한 경력에 최근 2년 이내 근무평정 결과가 양호해야 한다. 부사관 경우엔 선발일 기준 35세 이하로 3년 이내 근무평정이 양호하면 된다. 물론 별도의 시험은 없지만 청력·호흡기 검사 등 까다로운 신체검사를 통과한 후 적성검사와 면담 등의 절차를 거쳐 선발한다.
선발 과정에서 잠수함 지휘부는 면담을 특별히 중요한 요건 중에 하나로 보고 있다. 잠수함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수성 때문에 승조원 간의 공동체 의식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잠수함은 근무 난도가 높고 좁은 공간에서 에서 50여명이 함께 생활하기에 승조원들의 희생정신과 협동정신이 요구된다. 면담 과정에서 예비 승조원들이 이 같은 자질을 갖췄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체검사, 적성검사, 면담을 통과할 경우에 인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선발하게 된다.
예비 잠수함 승조원을 선발되면 해군잠수함사령부 제909교육훈련전대에서 6개월 동안 기본교육을 실시한다. 교육훈련전대 내 종합훈련장에는 ‘최고의 잠수함은 훈련을 가장 많이 하는 잠수함이다’라는 상징물이 설치돼 있다. 잠수함 승조원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잠수함 승조원 기본과정은 장교와 부사관으로 구분된다. 장교는 6개월, 부사관은 직별에 따라 3~5개월 동안 교육을 진행한다. 공통으로 장교와 부사관은 수중음향학, 해양학, 잠수함전사 등 잠수함 일반 이론을 배운다. 여기에 잠수함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기초수영·수중탈출·소화방수훈련 함께 실시한다.
무엇보다 장교는 잠수함을 운용하기 위한 장비와 각 계통 전반을 이해하고 실습하는데 주력한다. 잠수함 내의 임무가 막중하기에 그렇다. 특별히 작전운용을 위한 전술분야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실제 잠수함에서 장교는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함의 전술적 운용에 관한 제반 사항을 지시하는 임무를 맡게된다.
부사관은 해당 직별의 장비와 그 장비를 운용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 교육한다. 부사관은 장비를 직접 다루기 때문에 모든 장비의 운용법 숙지는 필수다. 또한 작전 중 장비 고장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즉시 수리를 해야 하므로 해당 장비에 대한 작동원리부터 기계적·전자적 구성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기본 중에 기본이다.
잠수함 승조원 교육 과정(기본과정)
잠수함에 타기 위해선 예비 승조원들은 6개월에 걸친 잠수함 기본교육을 마치 후에 가능하다. 참고로 고된 후련을 마친 후배 승조원들을 위해 처음 출동해 임무를 수행하는 예비 승조원들은 깊은 바닷속에서 선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심층수를 시음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가진다고 한다.
잠수함 승조원 기본과정 교육생으로 입교한 김모 하사는 “잠수함 승조원들은 바닷속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들었다”며 “잠수함 승조원이 되면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한민국 영해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조국해양 수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잠수함 함장 출신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잠수함 승조원은 ‘누구나 잠수함을 탈 수 있다면 나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명예심이 있다”며 “최선봉에서 적을 방어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항상 임무에 임해야한다”고 후배 승조원들에게 당부했다.
6개월의 기본교육 과정을 마쳤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이다. 잠수함에 배치됐다고 모두 잠수함 승조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SQS 평가라는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예비 승조원들은 잠수함 기본교육에서 익힌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실제 장비를 작동·운용하는 절차를 평가받는다.
잠수함 승조원이 되려면 자신이 다뤄야 할 모든 장비를 눈을 감고도 작동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최소 6개월 동안 이 평가가 진행된다. 합격하지 못하면 한 달이라는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후에도 불합격할 경우 잠수한 승조원이 될 수 없다.
SQS 평가의 항목은 4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잠수함 승조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내용으로 잠수함 일반, 조난과 구조, 비상사고 처치 등 안전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다음으로 심해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잠수함의 특성상 승조원들은 계급을 막론하고 모든 장비를 작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각 계통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운용이 가능한 지를 테스트한다.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2단계다.
3단계 평가에서는 1·2단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더불어 비상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각종 제한사항에 따른 유의사항 숙지 여부를 확인한다. 최종적으로 4단계에서는 지휘관인 함장으로부터 잠수함 전반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함장은 평가 대상자들의 지식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잠수함 승조원으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 애국심과 협동의식 등을 판단한다.
잠수함 승조자격 부여(SQS)
마지막 4단계에 걸친 SQS 평가를 마치게 되면 그제서야 장교는 금색, 부사관은 은색 돌고래 휘장을 가슴에 달 수 있다. 이때부터 진정한 잠수함 승조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휘장은 잠수함 승조원들에겐 특별한 자부심과 애정이다.
이처럼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길고 험난하다. 잠수함이라는 무기체계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숙련도와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근무 난도가 매우 높다. 해군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해군잠수함사령부는 제909교육훈련전대에서 2013년부터 매년 국제잠수함과정(ISETP·International Submarine Education and Training Program)을 운용하고 있다. 해군의 잠수함 운용 기술과 노하우를 외국군에 전수하는 교육이다. 디젤 잠수함을 운용 중이거나 운용 예정국의 장교·부사관을 대상으로 한 수탁교육이다.
우리 해군의 우수한 잠수함 운용 기술·노하우를 전수하고, 잠수함 운용 개념과 장비 운용법 숙달을 목적으로 8주간 진행된다. 2013년 최초 개설된 이래 동남아시아·중동·유럽·중남미 등 10여개국 100여명의 외국군 장교·부사관이 교육을 수료했다.
국제잠수함 과정은 이론과 실습 교육, 친(親)한국해군화 활동으로 이뤄진다. 디젤잠수함 운용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도 습득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실습을 통해 실제 임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습을 연계해 진행한다.
이론교육은 수중음향학, 소나체계, 잠수함 전사·발전사를 다루는 ‘일반학’과 잠수함 운용 일반, 장비·계통 일반을 다루는 ‘특기 기초학’, 항해·작전·무장·기관의 장비·계통, 안전 및 구조장비에 관해 배우는 ‘특기 전문학’ 등으로 구성된다. 실습교육은 전술·조종·소화방수·조함훈련, 기관체계실습, 견학으로 나뉘어 실시한다.
훈련 중에는 실제 잠수함 구조와 장비를 모사한 전술·조종·조함훈련장에서 교육생들의 실전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어 참가 외국군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외국군을 위한 맞춤형 교과와 교수안을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불편함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후원인 제도를 운용한다. 또 3회에 걸쳐 주요 방산업체, 국립박물관, 제주 해군기지, 남해권 일대 견학,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마련해 돈독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