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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 형제 친정체제 구축 가속화…상속세 재원 마련은 여전히 숙제

■송영숙 회장 공동대표 해임

경영진 인사 두고 두 대표간 이견

화합 표방 40일 만에 오너가 균열

형제측 지주사 지분 매각 등 타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 이후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 이후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이 모자 공동경영에서 결국 임종윤·종훈 ‘형제 경영’으로 전환됐다. 임종윤·종훈 형제의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은 14일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되면서 4년간 맡아왔던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한미사이언스는 차남인 임종훈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됐고 다음 달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가 대표이사에 오른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경영진 후속 인사와 투자 유치를 통해 친정 체제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경영권 분쟁의 발단이 된 창업주 가족의 상속세와 투자 자금 마련 부담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송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송 회장은 2020년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후 한미약품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한미약품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해왔지만 이날 사실상 경영에서는 물러나게 됐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에 성공하면서 가족 간의 화합을 강조했지만 공동경영 40여 일 만에 다시 균열이 생긴 모양새다.




업계는 한미약품그룹 경영진 재편을 놓고 불거진 공동대표 간 이견이 이날 송 회장 해임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한미사이언스는 임주현 부회장과 신성재 전무이사를 한미약품으로 이동하는 인사 발령을 냈다가 열흘 만에 철회했다. 당시 송 회장은 ‘인사 발령은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사전 결재 및 사후 승인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무효’라고 공지했다. 두 대표가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둘 중 한 명이 독단적으로 인사 발령을 단행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재편 과정에서 계열사 인사 등을 두고 임종훈 대표와 송 회장이 지속적으로 의견 대립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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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측과 모녀 측의 갈등에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속세 납부가 자리하고 있다.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오너 일가에게는 약 5400억 원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현재는 약 2644억 원이 남아 있다. 700억 원 규모의 3차 납부 기한은 3월이었다. 오너 일가는 국세청과 합의해 이달까지 납부를 미룬 상태다. 오너 일가는 이미 대다수의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어 추가 대출이 여의치 않다. 5379억 원의 주식담보대출 가운데 이달 중 만기 예정인 금액만 3334억 원이다.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시도했으나 형제의 반발로 무산됐다.

형제 측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상당 부분을 넘기는 대신 몇 년 후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 가족이 더 높은 가격에 지분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지분 매각에 대한 가족 간 이견이 상당한 가운데 구성원 일부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밑 작업이 진행돼 갈등은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다. 임주현 부회장은 최근 50%가 넘는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사실”이라고 측근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임종윤 이사와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이 지분 매각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송 회장 해임 건으로 이사회가 열리기까지 장·차남 사이에 갈등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훈 대표가 임시 이사회를 소집했지만 임종윤 이사는 경영권 분쟁이 드러나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여러 번 연기된 끝에 이날 열렸다. 임종윤 이사는 이사회에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상속세 마련 방안과는 별개로 송 회장이 사실상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면서 형제의 그룹 재편 작업은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다음 달 1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임종윤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임종윤 사내이사가 대표이사가 되면 한미약품을 5개의 주요 사업 부문과 1개의 연구 부문 체제로 만들어 영업력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다. 위탁개발(CDO)과 위탁연구(CRO)를 강화해 5년 내 시가총액 50조 원, 순이익 1조 원 가치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이정민 기자 mindmin@sedaily.com


왕해나 기자·김병준 기자·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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