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키파운드리, 테슬라 전력반도체 생산한다 [biz-플러스]

이르면 7월 고성능 PMIC 생산

보쉬·콘티넨탈 등과 협력 이어

차량용 칩 시장서 탄탄한 입지

'중국發 치킨게임'에 적극 대응

올해 반전 발판 확보에 안간힘

SK키파운드리 직원들이 8인치 웨이퍼 공정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키파운드리SK키파운드리 직원들이 8인치 웨이퍼 공정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키파운드리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자회사인 SK키파운드리가 올 하반기부터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를 생산한다. 중국이 레거시(구형) 파운드리 분야에서 가격을 앞세운 물량 공세에 나서자 여기에 대응하는 카드로 차량용 고성능 칩 공정을 꺼내 들었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키파운드리는 이르면 7월부터 충북 청주 공장의 8인치 웨이퍼 팹에서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전력관리칩(PMIC)을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에 본사가 소재한 반도체 설계 회사의 PMIC를 SK키파운드리에서 위탁 생산하고 이 칩이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구조다.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과 생산 물량 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회사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신뢰성과 성능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까다로운 요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SK키파운드리가 테슬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고급 제조 기술과 신뢰도를 확보해 이번 수주에 성공했다는 게 반도체 시장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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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키파운드리는 테슬라 외에도 세계적인 자동차 분야 회사들과 차량용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쉬·콘티넨탈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진행하는 생산 품질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보쉬와 콘티넨탈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칩 설계 회사들이 SK키파운드리의 수준 높은 공정 라인에 마음 놓고 위탁 생산을 맡기게 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최근 범용칩 시장에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가장 뜨거운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차량 한 대당 탑재되는 반도체의 양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키파운드리가 집중하고 있는 전력반도체의 경우 2차 전지에서 나오는 전력이 자동차 각 요소에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하면서 쓰임새가 폭증하는 추세다. 차량용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3년 208억 달러에서 2028년 325억 달러로 연평균 9.3% 성장이 전망될 만큼 고성장이 예상된다.

중국 파운드리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SMIC·화홍 등 현지 파운드리 회사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원하며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서비스 가격을 대폭 낮춘 뒤 현지 고객을 싹쓸이하면서 기존 시장 구조에 균열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중국이 물량 공세로 한국 기업을 몰아낸 것처럼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중국발(發)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성이 가장 큰 자동차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키파운드리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 개발과 설비투자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라면서도 “전장 반도체 공정에서 노하우를 확보해 나갈수록 실적 개선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키파운드리의 테슬라 공략에 따라 파운드리 시장에서 모회사인 SK하이닉스의 행보 또한 주목받고 있다. SK키파운드리는 옛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사업부인 매그나칩반도체에서 속해 있다가 2022년 SK하이닉스의 자회사로 편입된 회사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인 셈이다. SK키파운드리는 현재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10만 장의 생산 규모를 확보하고 있으나 첨단 공정을 앞세운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레거시칩 강자인 DB하이텍에도 밀리고 있는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 입장에서 보면 메모리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운드리 역시 언젠가는 영토를 넓혀야 하는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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