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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상장 기술특례기업 97%가 매출 추정치 미달…"IR 의무화로 정보 접근성 높여야"[시그널]

['좀비'된 기술특례기업]

◆ 절반 이상 '관리종목' 위기

매출 추정치 달성 32곳 중 1곳뿐

절반 못미친 곳도 12개사 달해

중소형사 89%, 5년간 IR 전무

횟수 늘리고 질적내용 개선 필요

"상장폐지 문턱 더 낮춰야" 지적도







지난해 기술성 특례 전형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32곳(12월 결산 법인 기준)이다. 이 가운데 증권 신고서를 통해 밝힌 2023년 매출 추정치를 달성한 기업은 제이오(418550)(추정치 1058억 원, 실제 매출 1145억 원) 단 1곳뿐이다. 증시에 특례 입학한 새내기주의 97%가 공수표를 날린 셈이다.



매출이 추정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 곳도 12곳이나 됐다.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지난해 매출 47억 원을 예상했으나 실제 매출은 3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반도체 장비 부품 기업 마이크로투나노(424980)의 매출은 94억 원으로 추정치(401억 원)의 23.3%, 사이버 보안 기업 시큐레터(418250)의 매출은 26억 원으로 추정치(57억 원)의 45.3%였다. 특히 시큐레터는 해당 사업연도 회계 부정 의혹으로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 8개월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흑자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적자를 기록한 곳도 9곳이었다. 대표적으로 ‘파두(440110) 사태’라는 신조어를 만든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파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억 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라 봤지만 58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대했던 컨텍(451760)과 마이크로투나노도 공히 100억 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밸류업 추진과 맞물려 상장폐지 기준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기술특례는 당장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자본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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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경영 성과가 수년간 지지부진하고 정보공개도 불투명한 경우 페널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거래소에서 상장 심사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상장이 쉬워지면 폐지도 쉬워지는 ‘다산다사(多産多死)’가 이뤄져야 좀비기업의 양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밸류업 추진으로 앞으로 적극적으로 기업을 홍보할 플랫폼이 마련된다”며 “이런 장을 제대로 활용할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는 투자자 유치에도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특례 상장 업체의 어닝쇼크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들은 매출 및 손익이 직전 사업연도 대비 30% 이상 변동돼 공시 의무가 발생한 경우에만 짤막하게 그 이유를 한두 줄로 설명할 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술특례를 통한 신규 상장기업에 일정 기간 기업설명회(IR)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원래대로면 상장할 수 없었을 기업이 특례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만큼 상장 후 일정 기간 정보공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 업계의 한 임원은 “중소·벤처기업일수록 업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단 한 건의 수주·개발 상황이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IR 횟수를 늘리고 내용을 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의 경우 신규 상장일로부터 2년간 연 1회 이상 IR을 개최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어겨도 처벌 조항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파두 사태가 불거졌을 때 많은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던 것도 회사의 IR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어닝쇼크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던 탓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독립 리서치 업체 밸류파인더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시가총액 5000억 원 미만 중소형 기업들 중 IR 개최 공시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기업의 비율은 88.9%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IR은 일반적으로 참석 대상을 기관투자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국한하기 때문에 언론인, 일반 투자자의 접근은 더욱 제한된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연구 자료에 따르면 5000억 원 기업이 IR를 개최하면 연간 440억~500억 원의 기업가치 증가 효과가 있다”며 “이는 연간 IR 예산 평균인 1억 4000만 원을 훨씬 상회하는 효과라는 점에서 모든 상장사의 IR 의무화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일수록 정보공개에 열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2015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원자 현미경 업체 파크시스템스(140860)는 2016년 4월부터 이달 초까지 IR을 총 59회, 연평균 약 6.5회 진행했다. 17일 주가는 공모가(9000원) 대비 18배 가까이 오른 16만 8900원이었다. 바이오 벤처기업 알테오젠(196170)(연평균 IR 4.2회) 역시 이날 18만 9600원으로 거래를 마쳐 공모가(2만 6000원)보다 주가가 7배 이상 올랐다. 투자자와의 신뢰 관계가 두터워 일시적으로 실적이 악화하더라도 주가의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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