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스&] 껍데기 민주주의, 소수의 독재를 '허용'하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지음, 어크로스 펴냄

민주주의 본질 어긋난 낡은 美헌법

극단주의자 사회장악 도구로 변질

'선거 승복·비폭력·극단주의 배제'

민주주의 살리는 세가지 원칙 제시








2021년 1월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2021년 1월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021년 1월. 선거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 의사당을 점거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정치 테러를 독려했다. 21세기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전직 대통령이 불복한 이 사태는 민주주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합법적’으로 무너졌다고 말한다. 변화가 거의 없었던 낡은 민주주의 체제와 그런 체제에 표면적으로만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야기했다. 현대의 낡은 민주주의 체제는 허점이 가득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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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만들어진 미국 헌법은 1992년 수정헌법 27조 비준을 마지막으로 개정된 바 없다. 상·하원 구성과 선거인단 제도는 민주주의의 본질과는 다소 어긋난다. 인구비례에 맞지 않는 의석수와 간접선거 논란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인단 제도는 노예제 시대의 산물로, 지금까지도 남부 지역과 백인의 표만으로 대통령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남아 있다. 2000년 부시와 2016년 트럼프는 전체 표에서 상대 후보보다 적게 득표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구 획정 문제도 남아 있어 적은 표를 얻고도 다수당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고 다수를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왜곡된다면, 특히 극단적 세력에게 이용된다면 이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들은 현행 민주주의 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제도의 문제를 지적함과 동시에 저자들은 민주주의자들이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선거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또 권력 쟁취를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극단주의 세력과 결탁하지 말아야 한다.

“소수가 계속해서 거대 다수를 이기거나 정책을 강요하는 것, 나아가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의 우위를 굳건하게 만드는 곳. 그곳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올해는 세계 25% 인구가 선거에 참여하는 ‘슈퍼 선거의 해’다. 민주주의의 미래가, 아니 전 세계의 미래가 유권자들의 손, 그리고 위정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움직임 뒤에는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과 변화를 막는 낡은 민주주의 체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허점으로 가득한 낡은 민주주의 체제가 겉으로는 충실한 민주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갈 때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주의 붕괴를 경고한 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후속작. 2만 2000원.

2021년 1월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2021년 1월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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