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달리 홍콩에서는 전통 금융사와 가상자산 기업의 협업이 활발했다. 전통 금융사 출신이 가상자산 기업을 차리는 사례도 흔하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투자자들에게 최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고했다.
10일 홍콩 센트럴에서 만난 데릭 왕(사진) 보세라자산운용 전무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전통 투자자에게 새로운 자산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보세라자산운용은 1998년 중국에 최초로 설립된 5개 자산운용사 중 하나로 중국에서만 2500억 달러(약 337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2010년 설립한 홍콩 지사 ‘보세라인터내셔널’도 13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보세라자산운용과 손잡고 가상자산 현물 ETF를 출시한 해시키캐피털의 덩 차오 최고경영자(CEO) 역시 보세라 출신이다. 덩 CEO는 심지어 보세라자산운용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서로의 전문성에 기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협력하는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왕 전무는 “홍콩에서 최초로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를 받은 해시키는 높은 전문성으로 거래량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생태계와 그 가치에 대해 투자자·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해시키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는 ETF 시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가상자산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도맡는다. 그는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어렵지 않게 전통 투자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마케팅 역시 웹3 생태계와 ETF를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투자자가 보세라·해시키의 가상자산 현물 ETF에 투자하기 위해 해시키 익스체인지 계좌를 만들면 웹3 콘퍼런스 입장권, 리서치 보고서를 무료로 보내주거나 거래소·펀드와 같은 제휴 사업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왕 전무는 비용 경쟁력 확보도 협력의 이유로 꼽았다. ETF 발행, 인프라 유지 비용을 줄여 투자자에게 좀 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서다. 왕 전무는 “협력사인 해시키의 수탁·거래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타 사보다 낮고 덕분에 리테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