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를 사용하는 해달이 더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고 치아 손상도 적어 생존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크리스 로 박사팀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에 사는 ‘남방해달’ 196마리를 관찰·연구한 결과, 해달이 도구를 사용하면 치아 손상이 줄어든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몸집이 수컷에 비해 작고 무는 힘이 약한 암컷 해달의 경우, 도구를 사용할 때 더 크고 다양한 먹이를 섭취해 생존력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달은 과거 수십만 마리가 일본 홋카이도, 알래스카, 북아메리카 바닷가에 널리 서식했지만 18세기 중반 대대적인 모피 사냥으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 멸종위기종이 됐다. 캘리포니아 중남부에 서식하는 남방해달의 경우,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이 1970년대부터 종 보전에 나서며 서서히 개체 수가 증가해 현재 캘리포니아 연안에 약 3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방해달의 먹이가 되는 큰 전복이나 성게 등의 먹이 자원이 사람의 어업 활동, 개발 등으로 감소하거나 사라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해달이 게, 조개, 홍합, 바다 달팽이들을 이전보다 자주 먹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먹이들은 전복과 전복보다 껍질이 단단해 해달의 치아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치아가 심하게 닳거나 손상되면 해달의 식이습관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치아를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해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에서 해달 196마리에게 무선 인식표를 부착하고 추적해 해달들이 돌, 조개, 인간이 버린 쓰레기 등 도구를 사용해 먹이를 부수는 방법을 관찰하고, 도구 사용 여부와 식이 패턴 및 치아 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암컷과 수컷 모두 먹이를 사냥할 때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구를 사용하는 해달이 사용하지 않은 해달보다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골고루 섭취하고 치아 부상도 훨씬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수컷보다 몸집이 작고 치악력이 약한 암컷 수달은 수컷보다 도구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도구를 사용하는 수컷보다 최대 35% 더 단단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크리스 로 박사는 “새끼를 키우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암컷의 먹이 사냥은 더 효율적이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돌고래와 침팬지, 보노보 등도 같은 이유로 암컷이 수컷보다 도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들 종도 암컷이 새끼를 기르는 경향이 있고 이 과정에서 도구 사용 행동을 새끼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