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투자설명회(IR)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싱가포르, 런던에 이어 세 번째로 추진하는 행사다. 올해 밸류업 발표 이후 첫 IR일 뿐만 아니라 그간 노하우가 쌓인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당초 200명 규모로 준비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270명이 지원하면서 인원 선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번 뉴욕 IR에선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칼라일그룹의 하비 슈와츠 대표는 축사에서 지난해 10월 한국투자증권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슈와츠 대표는 “한국에서 현대 제네시스를 처음 타보고 뉴욕으로 돌아와 그동안 타던 벤츠를 모두 팔고 제네시스로 바꿨다”며 “한국 경제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슈와츠 대표는 뉴욕 사무실로 출퇴근할 때 제네시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김의환 주(駐)뉴욕 총영사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금융 규제 완화 필요성을 당부했다. 김 총영사는 “한국은 여러 가지 규제와 정치적 요인이 기업과 금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금융기관들이 최대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금융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서울시는 금융 경쟁력과 함께 인적자본, 경제·문화 브랜드 파워 등을 내세웠다. 부산시도 해양과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 현황과 함께 세제 혜택과 각종 지원 서비스를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미래에셋증권 뉴욕법인의 한 직원은 “아직 서울에 가본 적 없는데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K팝에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문화를 넘어 금융·경제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뉴욕 현지의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만 따로 떼어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아직 아시아 투자에서 일부분으로 여기는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세션 진행 과정에서 주제가 집중되지 않고 패널들이 각자 준비한 발언만 내놓다 보니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플로어에서 “너무 형식적(Too Formal)”이라는 말이 나왔고, 일부 참석자들은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투자자들과 네트워킹할 좋은 계기가 된 건 분명하다는 평가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는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이뤄진 행사이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이벤트가 됐다”며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한국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