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업수입보장보험을 확대해 농가 소득 안정을 도모하면서 재정 소요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야당이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농업 분야 전문 기관은 농업수입보장보험이 양곡법 등과 비교해 국가 재정 부담을 7분의 1가량 낮출 것으로 평가했다.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쌀과 5대 채소(무·배추·마늘·양파·고추)에 수입보장보험을 적용할 경우 국고로 지원하는 연간 보험료 보조액은 2025년께 쌀 1279억~1894억 원, 5대 채소 2235억~2423억 원으로 추산됐다. 전국 쌀 및 5대 채소 농가의 70%가 수입보장보험에 가입하고 정부가 보험료의 50%를 지원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액수이다.
수입보장보험은 자연재해뿐 아니라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가도 경작자의 수입을 보전하는 보험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7개 작물(콩·포도·양파·마늘·고구마·가을 감자·양배추)에 대해 이 보험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보험료는 정부가 보험료의 50%, 지방자치단체가 30~45%를 지원하도록 해 농가는 총보험료의 5~20% 정도만 내면 된다.
야당이 추진하는 양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재정 소요는 수조 원에 달한다. 농경연은 2030년께 재정 부담이 1조 4042억 원(연간 3% 초과생산, 가격 하락률 5% 가정)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농안법 개정안으로 5대 채소에 대해서만 연간 1조 1906억 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이 현재 402개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양곡법 대신 수입보장보험을 적용하면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 경영 불안정성을 방지하면서도 재정 소요액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김태후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안법은 생산 증가를 야기해 재정 투입액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기준가격·보전율 등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며 “반면 수입보장보험은 재정 추계가 가능하고 사회적 갈등 요소도 적다”고 설명했다.
농가가 보험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농작물 재배 규모를 과도하게 늘릴 위험성도 낮출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곡법·농안법 개정안 대신 보험 상품을 활용하면 시장 왜곡을 막을 수 있다”며 “또 부작용 없이 효율적으로 농가 경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25억 원 수준이었던 수입보장보험 예산 규모를 올해 81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했다. 보험 대상 품목도 올해부터 보리·옥수수 등을 추가해 10개 내외로 늘릴 계획이다. 또 수입보장보험의 수확량 파악 방식을 개선하고 연내 농어업재해보험법의 농어업정책보험법(가칭) 개정을 추진하는 등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수입보장보험 확대를 위해서는 보험 설계 방식 고도화, 농가 금융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농업정책은 보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농촌 고령층이 금융 상품을 적극 가입·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 문해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