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열한 차례 연속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은 10월, 미국은 이보다 앞선 9월께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 전문가들이 기존 2.1%에서 2.48%로 상향 조정에 나섰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이코노미스트와 연구위원 등 전문가 12인을 대상으로 한 ‘서경 금통위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이달 23일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10회 연속 3.5%에 묶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여전히 끈적끈적한 데다 미국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지 않은 점 등을 동결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하락했지만 국제유가와 농수산물 불안은 여전하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에서 하락하지 않은 점도 금리 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후반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목표를 상회하는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환율·물가 불안을 고려하면 만장일치 동결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달 금통위부터 신임 금통위원인 이수형·김종화 위원이 참여했지만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새 금통위원을 비둘기파로 볼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소수 의견의 가능성이 더 줄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서베이에 참여한 전문가 12명 가운데 10명이 10월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은 데다 물가 상승률도 2%대를 상당 부분 유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은 물가를 더 확인한 뒤 9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 역시 미국이 인하한 직후인 10월 물가 부담이 크지 않다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한국의 금리 조정 폭과 관련해 0.25%포인트가 7명, 0.5%포인트가 5명으로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달 조사 당시보다 0.4%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2.1%에 그쳤지만, 이달 조사에서는 2.48%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를 달성하며 대거 조정이 이뤄진 덕분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달 조사(2.62%)보다 다소 하락한 2.58%로 집계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깜짝 성장을 반영했지만 내수가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판단해 2.5% 성장을 예상한다”며 “물가 역시 소비자물가는 조금 오를 수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안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피벗 시기와 관련해서는 9월 가능성이 가장 많았다. 7명이 9월에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고 4명은 7월 가능성을 점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역시 물가가 안 떨어지고 있으니 7월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9월에는 물가가 조금 높더라도 고용 여건 등을 고려해 한 차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