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총선 패인을 분석하는 백서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책임론을 기술하는 문제를 놓고 당내 공방이 가열되면서 ‘한동훈 재등판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 안팎 경쟁 주자들의 ‘한동훈 때리기’가 되레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 명분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잠행을 끝내고 공개 행보를 넓혀가는 한 전 위원장도 정책 현안까지 챙기고 나서 전당대회 출마론에 힘이 실린다.
한 전 위원장은 18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접 구매(직구) 금지 조치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며 정부에 재고를 촉구했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겨냥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또 다른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당선인도 같은 날 앞서 똑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경쟁 주자들이 잇따라 정부 정책을 비판하자 한 전 위원장도 동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총선백서 논쟁’도 한동훈 등판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집필 작업이 진행 중인 총선백서는 7월 예정된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이전인 6월 중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백서가 한동훈 책임론을 강조해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가로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신지호 전 의원은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조정훈 의원을 백서특위에 천거한 것으로 다들 알고 있다”며 “사실상 한동훈 재등판을 막기 위한 백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인 조 의원은 “총선 패배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모두 책임이 있다. 특정한 의도성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영우 전 의원은 “가만히 있다가는 한 전 위원장 혼자 총선 패배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이 다시 전대에 소환되는 분위기는 분명히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도 “민심이 부르면 거부할 수 없다”며 한 전 위원장의 재등판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편 나 당선인과 유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당권 경쟁 주자들도 검찰 고위직 인사와 ‘채상병특검법’ ‘라인야후 사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잇따라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