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한동훈 책임론' 경계한 與원로들…韓등판론엔 갑론을박

"특정인 책임론 안 돼…전대 뒤 백서 발행해야"

“한동훈, 출마보다는 자숙해야”…‘당정균열’ 우려

다수 상임고문들 “당 대표 선출, 민심 반영해야”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후 자중지란에 빠지자 당 원로들이 진화에 나섰다. 당 상임고문단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하는 당내 일부 여론을 경계하는 한편,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론’과 관련해서는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선거 패배를 촉발한 ‘민심 이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당 대표 선거를 치뤄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오찬을 겸한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둘러싼 안건이 화두에 올랐다. 특히 참패로 마무리된 4·10 총선에 대한 ‘반성문’인 백서에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기술하는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백서는 어떤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는 식이 아니라 신중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징비록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는 개인의 전략 실패가 아닌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인 만큼 백서에 특정인의 책임론을 기술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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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백서의 발행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취재진들에게 “총선 백서 발행을 시기적으로 전당대회를 넘긴 뒤에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여러 사람 사이에 있었다”고 전했다. 백서에 담긴 내용에 따라 특정 후보들에게 유불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 발언이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여부를 놓고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상임위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스스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면서 또 다시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늬앙스를 풍기고 있다”며 “국민여론이 부추긴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반면 유준상 상임고문은 “그건 그분(한 전 위원장)이 결정할 일”이라며 “총선의 책임 문제는 상임고문을 포함한 모든 당원들의 책무지 대통령이나 한 전 위원장에게 책임지라고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위태로운 당정관계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용산과 여당 간 대립각이 이어질 경우 정권 재창출이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상임고문은 “이회창 전 총재는 김영삼 정권 말기에 IMF와 한보 사태 등으로 김 전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니 ‘김영삼 인형 화형식’을 열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며 “덧셈을 정치를 해야 하는데, 뺄셈의 정치를 하다 보니 두 번 연속 정권을 내주는 참사가 벌어졌던 전례를 소개했다”고 전했다. 이는 비대위를 이끄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진 한 전 위원장을 꼬집은 발언이다.

‘당심 100%’인 현행 전대 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건 원로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현행 지도부 선출 방식이 연이은 선거 패배로 이어진 만큼 “국민 여론조사를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졌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100% 당원 투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체로 대세가 ‘당심과 민심을 적절히 배분하는 게 좋지 않겠나’였다”고 전했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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