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단둘이 복숭아 꽃잎을 본다

한명희





둘이 마주 앉아



복숭아를 깎아 먹는다

하나가 아- 하면

다른 하나가 잘도 받아먹는다

하나가 웃으면

다른 하나는 더 크게 웃는다

이 나무 그늘 이 물가에

평상을 놓은 적이 있던가



단둘이 나란히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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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을 바라본 적이 있던가

어제의 나는 늦게 오거나

아주 오지 않아도 좋다

흘러오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떠내려 오는 복숭아 꽃잎을 본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

어쩐지 혼자서도 나란나란 하시더라니, 혼자서도 도란도란 하시더라니. 혼자라도 둘이서 웃음꽃을 피우고 계셨군요. 오늘의 내가 정성껏 복숭아를 깎아서 내일의 나에게 먹여 주고 있었군요. 봄날의 꽃잎은 떠내려 와 발목을 감싸고돌지만, 어제의 그림자는 초대하지 않았군요. 슬며시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군요. 오늘 깎아준 복숭아 받아먹은 내일이 다음 냇가에서 기다리겠군요. 그곳에서는 화평한 셋이 모여서 까르르 웃음 터트리길 바라고 계시는군요.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세 자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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