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뮌헨협정





1938년 초 아돌프 히틀러 나치독일 총통이 체코슬로바키아에 독일인 거주자가 많은 주데텐란트 지역의 할양을 압박했다. 체코가 이를 거부하며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자 영국·프랑스·이탈리아가 중재에 나섰다. 참혹한 세계대전을 피하고자 했던 영국 등은 히틀러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체코는 당사국임에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 그해 9월 30일 히틀러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총리가 독일 뮌헨에 모여 주데텐란트를 나치에 넘기는 내용의 뮌헨협정에 서명했다. 히틀러는 이 자리에서 “다른 영토적 야심은 없다”며 다른 나라들을 안심시켰다.



뮌헨협정을 주도한 네빌 체임벌린 당시 영국 총리는 의기양양하게 런던으로 돌아와 ‘평화’를 외쳤다. 체임벌린 총리는 협정 문서를 흔들어 보이며 “독일에서 명예로운 평화를 들고 돌아왔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뒤인 1939년 3월에 나치는 체코의 나머지 영토까지 병합하고 9월에는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1990년 9월 체코 의회 연단에 선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연설에서 “1938년 히틀러를 달래는 유화 정책을 쓰는 바람에 체코의 독립을 잃게 만드는 잘못을 범했다”고 반성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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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최근 출간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비판하면서 뮌헨협정을 거론했다. 김 장관은 20일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히틀러를 신뢰해 뮌헨협정을 체결하는 등 유화 정책을 펼쳤지만 그 결과는 2차 세계대전 발발이었다”면서 “북한을 전적으로 믿는다면 우리에게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는 사이에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주력하면서 도발을 일삼았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오판과 실정에 대해 반성부터 했으면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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