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노점상하며 모은 전재산 성남 위해 남기고 떠났다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 홍계양 할머니 별세

신상진 시장, 조문 "마지막 가시는 길 끝까지 배웅"

신상진 성남시장이 21일 저녁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 홍계향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성남시신상진 성남시장이 21일 저녁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 홍계향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성남시




노점상, 지하철 청소, 공장 노동자로 일해 모은 전 재산을 성남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먼 길을 떠난 홍계양 할머니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2일 성남시에 따르면 홍계향 할머니가 병환으로 지난 19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홍 할머니는 10년 전인 2014년 6월 자신이 사는 중원구 성남동 소재 4층 규모 주택(12억원 상당)을 기부한 바 있다.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성남지역 저소득 계층을 위해 써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성남시는 당시 유산기부 공증 절차를 진행했다. 홍 할머니는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름을 올렸다.

홍 할머니가 기부한 유산은 노점상, 지하철 청소,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반평생이 넘도록 어렵게 모은 재산이었다.



1934년에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세 되던 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를 전전하며 타향살이를 했다.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다가 성남에 정착한 건 49세 때인 1983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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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할머니는 지하철 청소, 액자공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벌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것이 2002년부터 별세 전까지 살았던 4층 주택이다. 평온한 노후를 보낼 정도의 재산을 일군 셈이다. 하지만 가족사는 순탄치 않았다. 슬하에 하나 있던 딸이 2010년 질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2013년 12월 별세했다.

유산을 기부할 당시 홍 할머니는 “성남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홍 할머니는 노인일자리 사업과 자원봉사 활동 등을 부지런히 해오다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올해 2월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성남시는 22일 시의료원에서 치러진 장례의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21일 저녁에는 성남시 첫 ‘행복한 유산 기부자’인 홍계향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신 시장은 “지난 3월 할머니를 방문해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 불편함 없이 지원해 드리고자 3개 기관이 힘을 모았었다”면서 “성남시가 어르신 마지막 가시는 길을 끝까지 배웅하겠다. 또한 고인의 바람대로 남기신 유산은 지역 내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말다.

성남=손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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