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아마존이 엔비디아의 최신 슈퍼 칩을 받기 위해 기존 주문을 취소하기로 하면서 엔비디아 실적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마존은 새로 출시될 ‘블랙웰’의 성능이 2배 더 좋아졌고 양산 시기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만큼 ‘더 좋은 칩’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 FT는 이 같은 주문 변경이 이어질 경우 엔비디아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해 8월 출시된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호퍼(GH200)’ 슈퍼 칩을 사용하려던 계획을 접고 차세대 모델 ‘그레이스 블랙웰(GB200)’로 완전히 전환했다. 회사 측은 “호퍼와 블랙웰 사이의 출시 간격이 좁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조치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차세대 프로세서인 블랙웰을 발표하며 “챗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학습에 두 배 더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스 호퍼’로 불리는 GH200은 여러 개의 H100 GPU와 고속 메모리 등으로 패키지 구성된 슈퍼 칩이다. 이 슈퍼 칩을 뒤이을 ‘그레이스 블랙웰(GB200)’은 블랙웰 프로세서를 활용한 최초의 제품이다. B100 칩 두 개가 포함된 GB200의 가격은 7만 달러(약 9550만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며 출시는 올 연말께로 알려졌다.
두 슈퍼 칩의 양산 시기가 1년도 채 안된다는 점에서 시장은 GH200 주문 수요가 GB200 대기 수요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전에도 제품 업그레이드 기간 수요·공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구형 모델의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등을 겪곤 했다. 시티은행의 분석가들은 AI 칩 수요 사이에 공백이 발생하는 이른바 ‘잠재적인 에어 포켓’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1분기 90% 가까이 폭등했지만 3월 블랙웰 공개 이후부터는 주춤해왔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이 실제 주문 계획을 변경하면서 불안은 현실이 됐다. 다만 이 소식이 전해진 21일에도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날 대비 0.64% 오른 953.8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