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한국 유통시장 공습에 올해 1분기 국내 중하위권 업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계 1·2위인 쿠팡과 네이버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앞으로 업체별 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 1분기 매출액 171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163억 원) 대비 20.9% 하락한 실적이다. 11번가와 함께 국내 e커머스 업체 3~4위권으로 분류되는 G마켓도 1분기 매출액이 2552억 원으로 전년 동기(3031억 원) 대비 15.8% 감소했다. 두 회사의 매출 성장률은 전체 시장 평균이라고 할 수 있는 통계청 1분기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 증가율(10.7%) 보다 크게 부진한 수치다. e커머스 전체 시장은 1분기에 10% 이상 커졌는데 11번과와 G마켓은 역성장한 것이다.
두 회사의 부진은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잠식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온라인 해외 직구액 중 중국 거래금액은 9384억 원으로 전년 동기(6096억 원) 대비 53.9%나 폭발적으로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국 직구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알리의 경우 ‘K베뉴’에서 국내 기업의 온라인 거래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e커머스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약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점은 중국 업체들의 비상에도 국내 e커머스 상위 업체들은 실적 측면에서 순항했다는 점이다. e커머스 선두 업체인 쿠팡을 살펴보면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의 1분기 매출액이 8조 6270억 원으로 전년 동기(7조 5164억 원) 대비 14.8% 늘어났다. 이는 11번가, G마켓과 달리 통계청의 1분기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 증가율 10.7%를 넘어 선 것으로, 시장 평균을 상회한 것이다. 지난해 말 파페치를 인수한 영향으로 신사업 부문(쿠팡이츠·쿠팡플레이·대만·파페치)에서 손실이 발생해 1분기 당기순손실 318억 원을 기록했지만 국내 유통 시장에서는 장사를 잘 한 것이다. 쿠팡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네이버도 1분기 커머스 부문 매출액이 7034억 원으로 전년 동기(6059억 원) 대비 16.1% 증가해 좋은 흐름을 보였다.
C커머스 공습에도 쿠팡과 네이버가 사실상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각자 보유한 장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을 통해 국내 e커머스 업체들 중 독보적인 배송 경쟁력을 갖춰 고객들이 선호하고 있다. 네이버도 검색 플랫폼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저가 상품과 차별화한 브랜드 스토어를 통해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11번가나 G마켓 등 e커머스 업체들은 차별화 포인트 없이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고전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와 테무가 ‘메기’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도 쿠팡·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은 공고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쿠팡·네이버라는 2강과 C커머스(알리·테무)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