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향방을 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의 향후 통화정책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국가별 물가 둔화 속도가 다른 데다 경제 체력에서도 차이가 적지 않아서다.
유로권이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 달 6일 2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CB는 지난해 9월부터 사상 최고치인 4%의 금리를 유지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덜어내고 있다. 유로존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ECB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한 상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영국도 6월 또는 8월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올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로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시장 전망치(2%)를 넘어선 것이어서 인하 시점이 소폭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은 금리 인상에 힘이 실리는 곳이다. 일본은 올 3월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탈피를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의 고금리와 일본의 통화 완화 유지 기조가 대비되면서 ‘슈퍼 엔저’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일본 통화 당국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일본 국채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도 이런 이유에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도쿄 채권시장에서 일본 국채 10년물은 1.005%까지 올라 201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찍었다.
다만 지속적인 차별화 흐름을 이어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질 경우 달러 강세로 각국의 물가 문제를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금리 인상 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가 넘는 부채 문제를 건드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 시간)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지만 각국의 통화정책이 일관된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