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한중, 공급망 협력 강화…'수출통제 대화체' 출범

[尹대통령-리창 中 총리 회담]

韓 "공동이익 추구" 中 "믿음직한 이웃"

경제·안보 등 각종 소통 채널 신설 합의

"2+2 외교안보대화 내달 첫 회의 개최"

공급망 공동 대응으로 요소수대란 예방

FTA 2단계 협상으로 서비스 교역 논의

유무형 교류확대로 한중관계 전기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26일 회담은 양국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소통 채널을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신냉전 구도의 고착화로 관계 회복의 전환점을 찾지 못했던 한중 정부는 공급망 위기 대응, 투자 활성화 등 경제·민생 이슈를 중심으로 관계 회복을 시도하며 서로의 공감대를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자 회담에서 각종 외교·안보, 경제 대화체를 신설하고 코로나19 발병으로 중단됐던 양국 간 교류를 재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양국이 양자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동 이익을 추구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리 총리는 “서로에게 믿음직한 좋은 이웃, 또 서로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공동 관심사에 대해 계속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양국 관계가 흔들림 없이 발전해나가려면 어떤 대내외 환경에서도 긴말한 소통을 지속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하며 대화를 제도화할 수 있는 여러 채널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가장 먼저 한중은 외교·국방 당국의 고위급 인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고 다음 달 중순 첫 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외교부에서는 차관과 국방부 고위급 관료가 참여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중은 그동안 뜸했던 대화체 ‘외교차관 전략 대화’ ‘1.5트랙 대화’도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을 위한 대화 협의체도 분야별로 신설된다. 한중의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가 새로 출범한다. 한국의 산업부와 중국 상무부가 참여하는 형태로 원자재와 핵심 광물 수급 등 안정적 공급망 관리를 위한 협의 채널로 기능한다. 특히 요소수 대란으로 산업계 전반이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는 우리 정부는 이 채널을 통해 중국 당국과 공급망 리스크도 관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차장은 “기존에 해왔던 ‘한중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체’와 ‘한중 공급망 핫라인’도 더욱 적극적으로 가동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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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멈췄던 ‘한중투자협력위원회’도 13년 만에 재가동된다. 한국 산업부와 중국 상무부 간의 장관급 협의체로 양국 무역 및 투자 활성화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 문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또 이미 (중국 현지에) 가 있는 기업들은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 그리고 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리 총리에게 당부했다. 이에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리 총리는 “양국은 신산업 분야의 핵심 대국”이라며 “협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고 (앞으로) 강화해나가자”고도 제안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도 재개된다. 그동안 추진돼온 상품 교역 분야의 시장 개방을 넘어 서비스 분야로 무역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다. 양국은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교류와 개방의 범위를 대폭 넓히기로 했다.

FTA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합의 타결 시 ‘한한령’으로 타격을 입었던 한국의 문화 콘텐츠 시장의 수출이 회복되는 것은 물론 양국의 유무형 교류가 대폭 확대되며 양국 관계가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게임 등 일부 분야에 있어 우려가 존재하는 등 서로 간 협상에 쟁점이 있다”며 “양국이 협의를 긴밀하게 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한중 기업인, 중앙 및 지방정부가 직접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한중 경제협력교류회’의 2차 회의도 하반기 중에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을 두고 양국이 전략적 소통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양국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는데 소통 채널을 다각화해 추후 갈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 의미가 있다”며 “한중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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